▲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초등학생이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그림이 전시돼 있다. 앞에 있는 건물보다 뒤에 있는 건물이 더 크게 그려져 원근법도 모르는 것 같다. 그림자는 남색으로 칠해져 있고 배경과 사물의 경계선도 모호하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같은 이 그림은 미국의 인상파 화가 거트루드 피스크의 작품 ‘콥스 힐’이다. 이외에도 미국 인상파 화가 90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빛과 색의 아름다움을 넘어’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오는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인상주의는 현재 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미술 사조라고 평가받지만 초기엔 그 반대였다. 140년 전 인상주의가 세상에 첫선을 보였을 때 대다수의 평론가들은 인상주의 그림을 ‘혐오스럽다’고 평가했다. 인상파의 시초인 마네는 1874년 열린 전시회에 ‘인상, 해돋이’를 출품했다. 비평가들은 마네의 그림을 비난하며 조롱하는 의미로 비슷한 유형의 미술 사조에 그의 작품의 이름을 따 ‘인상파’라고 명명했다.  


  당시 미의 기준은 관념적이어서 초상화, 풍경화 등을 그리는 방법과 양식이 고정돼 있었다. 그렇기에 그림자는 검은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불문율이었던 원근법을 깬 인상주의 그림이 당시 미적 기준으로선 ‘저질’ 그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개성이 강한 인상주의 그림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이다.  


  인상파 화가들이 그들의 화풍을 펴는 데는 19세기 철도사업과 튜브물감 발명의 역할이 컸다. 이전의 화가들은 물감을 휴대하기 불편했기 때문에 간단한 스케치만 현장에서 하고 완성은 작업실에서 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기차는 화가가 그리고자 하는 현장으로 이동하기 편리하게 만들었고 튜브 물감은 빛을 받은 사물의 순간을 캔버스에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인상주의 그림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 정면에서 볼 때와 측면에서 볼 때가 모두 다른 느낌을 준다. 상식을 깨는 색의 조합과 과감한 붓터치 때문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을 표현하기 위해 붓터치를 활용했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을 강조하기 위해 거친 붓터치를 사용했고 반대로 미국 인상주의 화가들은 매끄러운 붓터치를 사용했다. 특히 미국 인상주의 화가인 차일드 하섬은 파레트를 사용하지 않고 캔버스에 바로 물감을 짜 그 위에서 색을 만들어 냈다. 그의 그림 ‘이스트 햄튼의 올드 하우스’에 나타난 집은 멀리서 보면 파란색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벽돌하나하나 분홍색, 회색 등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인상주의가 유행하던 19세기 말은 세계 무역이 활발히 이뤄지던 시기다. 일본에서 도자기를 수입하던 유럽인들은 도자기보다 포장지에 새겨진 일본의 풍속화 ‘우키요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차원적 표현이 담긴 우키요에는 그림은 3차원적이어야 한다는 관념에 타격을 가했다.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후기 인상파는 사실적인 묘사로 그림이 현실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대신 현실의 찰나를 포착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인상파 화가들에 의해 예술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에서 현실을 보는 새로운 눈을 제시하고 세상을 창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인상주의는 미술의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해 현대미술의 포문을 열었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 여기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을 기록했던 인상파 화가들은 경험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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