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의 위기라는 말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된 일인지, 해가 가도 변함없이 현재진행형이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언론의 위기’는 나에게 다소 먼 얘기였다. 연세대 공식신문사가 재정난으로 고사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연세춘추는 ‘연전타임즈’, ‘연희춘추’ 등의 전신을 가진 최초, 최고의 대학언론이다. 연세춘추는 작년까지 학생들에게 ‘연세춘추비’를 걷고 자체적인 광고수입을 확보해 신문사를 운영해왔다. 학교에서는 매 해 3억 원 가량을 지원해 줬다고 하지만 그 돈은 모두 관련 보직 교수 및 교직원의 인건비로, 학생들의 취재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7년 동안 동결된 춘추비로 해마다 어려워져 가는 재정을 감당하며 춘추는 버텼다. 버티는 와중에도, 웹진 창간, 섹션 매거진 창간, 내부 조직 쇄신, 뉴미디어 관련 부서 신설 등 다채로운 변혁을 매 학기, 매 년마다 이뤄 왔다.
 

  그렇게 버텨온 춘추에게 올해부터 시행된 잡부금 선택납부제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학교의 제대로 된 안내도 없이 진행된 선택 납부 기간 후, 18%의 독자가 춘추를 선택했다. 학교가 만약 선택납부의 기본 값을 1, 즉 체크 돼 있는 것으로 했다면 과연 저 비율이 나왔을까. 아무리 학생들이 학보에 관심이 없다지만 학보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마저도 호의적이지 않았던 학교의 행정 처리로 춘추는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그 부족분에 대한 지원을 지금 학교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무언가 ‘변화’가 있어야 지원을 하겠단다. 그동안 춘추가 이뤄온 변화들은 모두 무시할 뿐만 아니라, 춘추가 ‘방만’한 운영을 해 왔다고 얘기하는 학교 관계자들의 말은 학보사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음을 사실상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연세춘추는 학생들이 만들지만, 동시에 학교의 유일한 공식 신문사다. 사회로 치면 공영방송과 다르지 않다. 학교는 연세춘추가 예산이 부족한 것 같으면 인터넷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하라는 말을 2월경에 하더니, 이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올해 춘추의 예산 중 인쇄비만을 전액 지원했다. 그리고 다른 운영비의 규모를 1/3으로 줄인 예산안을 내놓고, 그나마 학생들이 낸 18%의 춘추비보다 많은 예산을 줬으니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 학교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공식언론사는 대학사회의 공공재나 다름없는데, 자구책을 마련해 살아남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기자 인원을 줄이고, 면수를 줄이고, 어떻게든 하라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사학이라고 자부하는 연세대의 이러한 대처가 학교를 다니는 학생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춘추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그리고, 학보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성가신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때가 많지만 학보는 정말 대학사회에 필요한 존재다. 학내의 사실상 몇 없는 공식적인 소통 창구이자 학교, 학생의 입장을 모두 대변할 수 있는 곳 아닌가. 그러한 학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연세대는 부디 바로잡길 바란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사학’으로서 스스로를 뽐내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가 명문대의 ‘품격’에 걸맞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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