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미래에 얻으려는 혜택의 관점에서 대학교육의 본질을 살펴보련다. 단순히 보면 대학은 교수들이 고등교육을 제공하고, 교육을 이수한 대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한다. 대학 졸업장 획득의 경제학적 의미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정보비대칭을 극복하려는 신호보내기(Signalling)효과와 걸러내기(Screening)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렇지만 대학이 제공하는 고등교육은 미래의 사회구성원이 갖추게 될 인적자원의 근간이 되며 사회적 패러다임 형성의 원재료 성분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학 교육은 개별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필자가 언급하는 대학은 종합대학을 의미한다. 과거 우리 민족의 역사를 보면 고구려 시절에 ‘태학’이 있었고, 고려 말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지속된 ‘성균관’이 있다. 그러나 이런 기관들은 종합대학이라기 보단 현재의 ‘중앙공무원연수원’ 혹은 ‘사법연수원’과 같은 기관으로 봐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종합대학의 구조와 제도를 갖춘 최초의 대학은 이탈리아의 볼로냐 대학이다. 이 대학은 1088년에 설립되었는데, 라틴어로 universitas magistrorum et scholarium인데, 그 뜻은 ‘교수와 학자의 공유모임’이다. 이 대학에서 제공한 교육은 중세 유럽의 정치 사회 제도적 환경이 그렇듯이 가톨릭 신학이었다. 물론 이 대학이 설립되기 전에도 수도원과 교회를 중심으로 소규모 교육기관이 많이 존재하였는데 교수와 학자가 집단으로 유지되는 제도적 형태를 갖춘 기관으로 진화 발전한 것이다. 이 후 대학은 학생과 학자(교수)의 집합체로서 정치적 사회적 제도의 틀 속에서 발전하게 됐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 공화국의 이념을 전파하는 중요한 매개수단으로 교육을 제도화했다. 이후 사회구성원들에게 초등과 중등 교육은 국가가 아주 낮은 비용으로 혹은 무상으로 제공하는 공립교육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대학 교육은 여전히 원하는 사람들에게만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요구하면서 제공됐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사회구성원의 덕목은 변해 왔지만 미래의 사회구성원이 될 대학생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대학교육은 시대적 상황이 변해 지속적으로 유용한 것이 돼야 할 것이다.  
 

  19세기 이후로 과학 지식의 축적과, 경제의 발전과, 그리고 사회제도의 변화는 제조 산업의 거대화와 서비스 산업의 확대를 가져왔고, 대규모의 인적자원이 다양한 분야에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학 교육도 다양한 여러 분야를 망라하면서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응용분야를 가르치는데 치우치게 됐다. 그러나 경제의 세계화와 고도화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응용기술의 생존 주기를 더욱 짧게 만들었다. 특별한 경우에만 쓰이는 특정 기술은 짧은 기간 유행하였다가 과학의 발전과 제도의 변화가 진행되면 도태되기 쉽다. 그리고 반복 작업을 통하여 습득하는 단순기술은 다수가 참여하게 되므로 경쟁이 치열하고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그러나 근본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범용성이 높은 지식을 습득하면 동적인 환경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고 성과를 낼 수 있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 할 수 있다. 다양한 응용분야를 관통하는 원리를 습득하면 기술적 환경이 변하여도 적응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교육의 본질은 인적자원의 향상과 더불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제도가 영속성을 갖도록 구성원을 가르치는데 있다. 따라서 대학은 근본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 주가 되고 부수적으로 응용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돼야할 것이다. 이런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도 가장 유용하고 가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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