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중앙대 집값의 비밀

뉴타운 바람 몰아친 흑석
더불어 뛰는 상도

 
 

  보증금을 낮추려니 월세가 뛰었고, 월세를 낮추려니 보증금이 올랐다. 흑석동과 상도동에서의 자취방 구하기는 마치 줄다리기 같았다. ‘마음에 드는 방’과 ‘마음에 드는 가격’은 공존하지 못했다.

  심층기획부 취재팀은 중앙대 부근의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흑석동과 상도동의 공인중개사들을 만나 봤다. ‘혼자서 살만한 원룸을 구하려면 최소 얼마를 준비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흑석동에서는 평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선을, 상도동에서는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원 선을 불렀다. 전세 매물을 묻자 모든 공인중개사가 고개를 저었다. 전세는 한두 개 있을까 말까라면서.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하니 최근 3~4년 동안 동결된 가격이라고 받아친다. 아무리 집값은 그대로라지만, 대학생이 감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흑석동, 2005년 ‘뉴타운 여파’로 집값 올라= 사실 흑석동의 높은 월세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05년 흑석동 일대가 서울시 3차 뉴타운으로 선정되면서 집값이 크게 폭등한 까닭이다.(‘공시지가 변동 그래프’ 참조) 현재 동부 센트레빌 2차 아파트가 입주해 있는 ‘흑석6구역’ 역시 재개발 이전에는 중앙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하숙촌이었다. 이후 흑석6구역에 재정비 사업이 착공되면서 하숙이나 자취를 했던 대학생들은 모두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다. 당시 동작구청은 학생 세입자를 위해 주거 이전비와 이사비를 지원하는 ‘토지보상법’을 마련했지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흑석동에 불어닥친 뉴타운 바람은 ‘방 구하기 대란’으로 번져 흑석동 일대를 넘어 상도동까지 옮아갔다. 문제는 자취방의 수요 초과 때문에 폭등한 월세가 뉴타운 여파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데 있다. 동작구청 도시개발과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집값 상승은 현재 반영될 만큼 모두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타운에 발목 잡힌 자취방= 흑석동의 방값은 ‘시설 대비’ 비싸기로 입소문이 났다. 난방이나 방음이 취약해도 기본 월세가 30, 40만원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시설은 열악한데 방값은 방값대로 나가니 아예 월세를 더 얹어 상도동으로 집을 옮기는 학생도 늘었다. 흑석동의 시설이 좀체 나아지지 않는 데는 앞서 언급한 뉴타운 사업이 맞닿아 있다. 하숙집과 원룸이 몰려 있는 중앙대 정문과 중문 일부가 ‘존치관리1구역’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어 건물 보수에 제한을 받는 까닭이다.(‘흑석동 뉴타운 지도’ 참조) 존치관리구역은 재개발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건물을 새로 올리거나 보수하는 데 자유롭지 못하다. 흑석동 ‘ㅎ’부동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존치관리구역의 주민들은 집을 원룸으로 리모델링해 임대 소득을 얻고 있어 재개발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건물 신축이 재개발로 제한돼있는 데다가 모든 집주인들이 적극적으로 리모델링에 뛰어드는 것도 아니어서 열악한 시설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뉴타운 가니 경기 불황 닥쳐와= 집주인들이 시설 개선에 소극적이면서도 월세를 낮추지 않는 데는 경기 불황이 한몫 거들고 있다. 동작구청 도시개발과의 한 관계자는 월세가 높은 현상을 “워낙 경기가 어려워서 부동산 매매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주택을 사고파는 거래가 줄어들어 공급이 적은 반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수요는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 부근에서 하숙을 두는 한 집주인은 “주민들이 하숙을 두는데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고 말한다. 대학생들이 내는 월세가 곧 수입인 흑석동의 집주인들로서는 기숙사 증축마저 달갑지 않다. 안 그래도 경기는 불황인데, 기숙사로 자취방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까 걱정인 것이다. 대학가 부근의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상도동 ‘ㅎ’부동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보증금은 낮게, 월세는 높게 받기를 원한다. 요즘엔 보증금을 은행에 넣어 놔도 이자가 잘 나오지 않는다”며 “집주인들은 월세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상도동, 환경이 쾌적한 만큼 방값은 더 비싸= 중앙대 정문에서 후문 방향으로 둥근 언덕을 여럿 넘으면 상도동이 나타난다. 중앙대 후문을 기점으로 흑석동과 맞닿아 있는 상도동은 환경이 쾌적한 대신 방값이 흑석동보다 더 높다. 보증금이 1,000만원에서 시작하는 방이 부기지수고, 보증금을 500만원으로 낮출 수 있냐고 물으면 방값이 50만원대로 훌쩍 뛴다. 상도동의 공인중개사들은 상도동의 집값이 더 비싼 이유를 높은 땅값과 좋은 시설에서 찾는다. 상도동 ‘ㄱ‘부동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기본적인 땅값이 더 비싼데다가 신축 건물이 많아 시설이 더 쾌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월세가 비싼 상도동은 최근 가파른 월세 상승을 체감한 동네기도 하다. 상도동에서 4년째 자취하고 있는 김민정씨(컴퓨터공학부 4)는 “처음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40만원에 입주했는데 2년 후에 보증금이 1,000만원가량 올랐다”며 “이마저도 월세를 올려달라는 걸 보증금을 올리는 것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근 흑석동에서 상도동으로 거처를 옮기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흑석동이 재개발 지역에 포함된 이후 자취방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상도동으로 넘어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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