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나름 고민이 묻은 제목을 내걸고 그럴듯한 뜻까지 덧붙였습니다. 게시판 하나하나마다 이름을 붙이고 쓰임을 정하고 있자니 웬만한 살림살이 꾸리는 것과 맞먹었습니다. 어느 정도 틀이 완성되니 막 가구배치 끝낸 집주인처럼 흐뭇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눈치 빠른 고향친구 녀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블로그 시작했다며?” “1인 미디어 시대라잖아.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러자 녀석이 선제공격을 날립니다. “언제까지 다른 사람 눈 신경 쓰면서 살래?” 속칭 불알친구라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마음 한 구석이 계속 시원찮았습니다. 평소 남 시선에 의식을 많이 하던 저였으니까요.
 
  ‘다른 사람을 의식한다’는 말을 듣곤 하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젠 고민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세상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마음껏 의식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요. 저를 쳐다보는 눈의 방향을 읽으며 스스로를 채찍질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셀카 찍기를 좋아하는 누군가는 “난 끊임없이 자기검열 중이야”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중대신문도 독자들의 시선이 신경쓰입니다. 이따금씩 매서운 눈초리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독자들의 눈길만 봐도 요즘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매번 방학이면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독자들의 시선을 의식합니다. 
 
  중대신문은 이번 방학 때도 긴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여러분의 시선에 적당히 의식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습니다. 그 결과, 시선엔 ‘시선’이 답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독자의 시선을 의식하되 다양한 눈초리에 중대신문의 주관을 함몰시키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중대신문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들에 대해서 겸허히 받아들이되 남다르고 곧은 시선을 가지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양한 시선이 녹여진 기사와 칼럼은 행간의 미학을 찾는 재미를 선사하니까요. 
 
  이번 학기 중대신문을 관통하는 철학은 ‘시선’입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골적으로 ‘시선’면이라는 지면을 두 면(18, 19면)이나 준비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시선을 바탕으로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시선을 대놓고 보여줄 생각입니다. 
 
  중대신문의 남다른 시선도 준비돼 있습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중앙대가 필요로 하는 의제가 무엇인지, 놓치지 않겠습니다. 2013년 오늘을 바라보는 중앙대 구성원들의 눈에 발 빠르게 집중하고 남다르게 외치겠습니다.
 
  당분간 열 길 물 속은 몰라도 한 길 사람  속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대신문 기자들이 발 빠르게 찾아갈테니 독자 여러분은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시선집중하시면 되겠습니다.
오늘, 녀석에게 전화 한 통 해야겠습니다. “남 시선엔 의식하는 게 맞는 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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