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휴게실이 통합휴게실로 개축됐다. 여학생 휴게실로만 사용되던 학생회관 2층 공간을 다목적 공간으로 분할해 사용하기로 한 거다. 여학생에게만 허용되던 공간을 남학생에게도 개방하고, 남녀공용휴게실·회의실·총여학생회실로 분할해 활용하면서 공간 활용도를 높이자는 게 이번 개축의 목적이다.


  ‘여학생 휴게실이 있으니 남학생 휴게실도 만들어 달라’는 기계적 평등은 불편하다. 실제로 많은 여학생들이 신체적 차이를 배려해 줘야 한다며 여학생 휴게실 축소를 아쉬워 한다. ‘특정 여학생들만 사용한다’는 사용성 평가가 미덥지 않은 현재로선 ‘여학생만 쓰던 공간을 남학생도 함께 쓰니 공간 효율이 높아질 것’이란 예측도 신뢰하기 어렵다. 관리가 소홀해 낙후된 기존 여학생 휴게실이 꾸준한 이용율을 보여왔기에 공간의 용도 변경이 아쉽다.


  휴게실 안에 ‘여학생 휴게실’을 설치한 공간 배치도 아쉽다. 침실 없는, 불투명 유리로 된 여자 휴게실은 여학생들이 기대하는 ‘여자 휴게실’이 아니다. 자칫 새로운 여학생 휴게실은 공용 휴게실 안에 외딴 섬처럼 떠 있는 배타적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여학생 휴게실은 ‘여학생 휴게실을 살렸다’는 명분의 상처인 것만 같다.
 

  당위와 현실이 팽팽하게 긴장한 흔적이 반영될 때 건강한 정책이 나온다. 그렇기에 여권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와 효율적인 공간활용이란 현실에서 타협이 아닌 고민이 이뤄졌을 때 만족스런 답이 나올 것이다. 여학생 휴게실을 대폭 축소해 통합 휴게실 안에 넣은 이번 결정은 고민의 흔적보단 타협의 상처인 것처럼 보인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