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우리 학교 홈페이지 등록금 고지서 출력란에 2013년도 1학기 등록금 액수가 기재됐다. 지난해 등록금과 동일한 금액이었다. 당시 2013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는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즉, 해당 금액은 등록금 협상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발표된 것이었다. 이에 학생위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학교 측에서는 고지서 출력 테스트의 일환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해프닝으로 그치는 듯했다. 등심위는 계속 진행됐고, 며칠 후 종결됐다. 등록금 고지서상의 액수가 다시금 공지됐다. 결과는 똑같이 동결이었다.


  올해 우리 학교 등록금은 동결됐다. 1월 11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8차에 걸쳐 등심위가 열린 후 도달한 결론이다.


  등심위 초반엔 학교위원들과 학생위원들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학교위원 측은 등록금 동결을 주장했다. 반면 학생위원 측은 4.5% 인하를 주장했다. 시간이 경과하자 양측의 줄다리기는 한 편으로 기울었다. 학교위원 측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학생위원 측은 2% 인하안을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다. 학교위원 측은 여전히 강경했다. 결국 학생위원 측은 ‘생색내기식 인하가 아닌 실질적 혜택’을 표방하기에 이르렀다. ‘2% 미만의 등록금 인하’와 ‘동결 및 학생경비 확충’ 중 후자를 택한 것이다.


  결과는 동결이었지만, 사실 시작은 호기로웠다. 인사캠 중앙운영위원회 위원들은 등심위 시작에 앞서 대자보를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에서는 등록금 인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학교 측에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었다. 첫째, 등록금 협상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둘째, 학생위원들이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마련할 것. 그러나 등심위의 실상은 그들의 포부에 미치지 못했다.


  등심위는 ‘광장’이 아닌 ‘밀실’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말 학교위원과 학생위원 측에 등심위 참관 공문을 발송했던 학내 언론 3사(▲성대신문사 ▲성균타임즈 ▲성대방송국)는 구두로 거절 의사를 통보받았다. 공식적인 등심위 회의록도 매 회의 종료 후 즉각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등심위 구성 과정도 시작부터 삐걱댔다. 등심위에 참여할 외부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학생 측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외부위원은 총장이 임명한 인물로 선임됐다. 우리 학교 등심위 위원은 ▲학교위원 4명 ▲학생위원 4명 ▲외부위원 1명으로 구성된다. 학교위원과 학생위원이 동수로 구성된 상황에서 외부위원의 의결권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등심위에서 학생위원 측의 평등한 협상권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1월 말에 벌어졌던 등록금 고지서 해프닝은 현실이 됐다. ‘유명무실한 등심위’라는 비판은 올해도 건재하다. 학생위원 측이 비판을 피해가기엔 주어진 현실이 녹록치 않다. 동결이 확정된 상황에서 관건은 약속했던 학생경비 확충의 달성 여부다. 1년간의 노력이 그들의 오명을 벗겨줄 수 있을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지은(성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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