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1월에 시작되지만, 3월이면 어쩐지 더 결연해진다. 새학기가 되면서 다시금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겠다는 각오가 불타오르기 때문이다. 1월과 2월을 그리 촘촘하게 살지 못한 이들에게 3월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 진짜 열심히 달리자며 스스로를 독려할 기회가 왔기에.
 

  하지만 3월은 치밀하게 살기 힘든 달이다. 개강과 동시에 시작되는 갖가지 모임에 참석하다보면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다. 청춘은 아픈 게 당연하니 한 달 정도는 휘청거려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빨리 마음을 다잡는 게 좋다. 아프고 흔들려도 되는 때가 청춘인 건 맞다. 그런데 그 청춘이 길지 않은 데다 불도저처럼 밀어부치는 경쟁자들은 뚝심 있게 전진한다. 
 

  제 아무리 휴학을 하면서 버텨 봐도 20대 중후반이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진입해야 한다. 사회인이 되면 더 이상 청춘을 외치며 투정부릴 여유같은 건 사라진다. 더욱이 취업이 늦어지면 청춘이라는 단어조차 가물가물해지면서 마음이 졸아든다.


  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과 함께 새정부가 출범한 올 3월은 뭔가 달라야 할 것 같은 조급증이 인다. 사실상 약간의 조바심과 긴장을 장착한 청춘을 권하고 싶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시기인 대학시절만큼은 자유를 만끽해야 할 것 아니냐고 반박하기 보다, 바짝 엎드려 준비하여 멀리 뛰는 개구리가 되는 쪽이 훨씬 낫다.


  요즘 여기저기서 들려오느니 탄식이다. 취업도 어렵고 결혼도 힘들고 내집마련은 막막하고 노후는 깜깜하고, 온통 부정적인 말 뿐이다. 청춘의 특징은 휩쓸리기 쉽다는 것이고, 청춘의 특권은 패기만만이다. 부정적인 기운에 함몰되어 기성세대를 비판만 할 것인가, 전범(典範)을 따르며 실력쌓기에 전념할 것인가,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자고로 고대로부터 신세대는 버릇이 없고 청춘이 헤쳐 나가기 만만한 시대는 없었다. 그럼에도 어느 때건 반듯한 젊은이와 기적을 창출하는 이는 있었다. 그 멋진 자리를 남이 아닌 내가 차지하는 것, 이 3월에 가슴 뛰는 청춘들이 유념해야 할 일이다.


  3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사회에 나가면 좀처럼 손대기 어려운 일을 권하고 싶다. 나중에 진짜 하기 힘든 것은 ‘고전 읽기’이다. 성경을 비롯한 경전과 뛰어난 고전을 많이 읽으면 쉽게 흔들리는 마음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 하루아침에 익히기 힘든 외국어를 쉬지 말고 공부할 것도 권하고 싶다. 의도적으로 좋은 습관들이기에 시간을 쏟아보라. 금주와 금연을 실천하고 일찍 일어나기, 지각안하기 같은 훈련을 하면 세상살이가 수월해진다.
요즘 정말 부러운 건 복수전공과 부전공제도이다. 예체능까지 범위가 확대된 건 꿈같은일이다. 예전에는 그런 제도가 없어 자퇴 후 다시 대학입시를 봐야 했고 예체능은 다가가기 힘들었다. 좋은 제도를 후회없이 활용하고 잘못된 이념이나 피라미드 같은 한탕주의에 빠지지 말 것도 당부한다.


  노력 대비 결과가 비교적 정직하게 나오는 시기가 다름 아닌 20대이다. 나를 명품으로 만드는 이는 나 자신이다. 기적의 미래를 위해 3월을 영악하게 살자.  

이근미 작가 (문예창작학과 8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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