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기 싫어 사진을 찍었다
  • 김순영 기자
  • 승인 2013.03.03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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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은 에펠탑이 보기 싫어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고 한다.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은 역설적으로 그 속이기 때문이다. 모파상처럼 기자도 카메라에 찍히는 것이 싫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두 가지 어려움에 봉착했다. 하나는 인터뷰이에게 촬영 허락을 받는 것이고, 또 하나는 좀처럼 늘지 않는 사진 기술이다.


  지난 학기 취재 도중 만났던 조세현 사진작가는 좋은 인물사진을 얻기 위해선 그 인물에 대한 애정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조작법이나 구도 설정 등 사진을 잘 찍는 기술로 좋은 인터뷰 사진을 얻는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진을 채우는 것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취지는 이해하나 현실에 적용하기엔 녹록지 않았다. 짧게는 30분, 길어도 2시간을 넘기기 힘든 만남만으로 인터뷰이를 사랑하라니.


  불가능한 일로만 여겼는데 누군가에겐 일상이었다. 최근 만난 한 인터뷰이에게 들은 이야기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진작가 캐릭터는 바람둥이로 묘사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대상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하고 그 인물의 매력을 잡아내는 일이 필요한 법. 사람의 매력을 알아보는 데 익숙한 사진작가는 타인의 매력에 쉽게 매료된다. 필연적으로 사진작가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 감정만 앞선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다. 내가 어렵사리 그의 매력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진다해도 결국 표현을 하는 건 인터뷰이의 몫이다. 지난 학기 취재원으로 만난 학내 복사실에서 일하던 한 학생은 계속된 설득에도 사진 촬영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촬영만 응해주면 인터뷰이의 요청대로 사진을 찍으려 했건만. 지금 와 고백하건데 포토샵 후보정까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어떤 인터뷰이는 일이 생겨서 급히 가봐야 한다며 사진은 자신이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찍는 사진보다 인터뷰이가 제공한 사진이 본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지라도 현장감과 사실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터뷰 사진의 핵심요소가 결여되는 것이다.


  사실 사진에 ‘잘’ 나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 가지만 염두에 두면 가능하다. 첫 번째 자신 있는 표정을 짓는 것이다. 그 표정을 짓기 쉽지 않다면 활짝 웃는 것이 가장 예쁘다. 두 번째는 렌즈와 눈을 맞추는 것. 다소 거북스럽더라도 렌즈를 응시하면 사진을 보는 사람은 사진 속 인물과 눈을 맞추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포즈를 취하는 것이다. 사진은 2차원 평면에 나타난 피사체의 순간을 포착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이 멈춰있는 사진 프레임 안에서 당신의 선택지는 명료하다. 당신의 손짓과 발짓은 사진 속 언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인 바디랭귀지가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사진기자에겐 자신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 자신의 매력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더 까다롭다. 자신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당신의 매력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사진기자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김순영 기자
학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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