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계민경 기자

걱정할 것 없다.
열정과 즐거움만 있다면
‘늦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회생활 10년 후에야 다시 시작한 공부는 상상 이상으로 어려웠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사이 컴퓨터는 타자기 세대를 넘어 대중화돼 있었고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잊어버린 공학 기본 계산은 더욱 어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을 딛고 결국 강단에 선 사람이 있다. 중앙대에서는 퇴직하지만 개인 연구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는 정영수 교수(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가 그 주인공이다.


  정영수 교수는 학부 내 건설시스템공학 전공교수로서 철근콘크리트공학을 가르친다. 교량,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의 주요 재료는 크게 콘크리트와 강구조로 나눌 수 있다. 그는 그중에서도 콘크리트 구조물의 해석, 설계 해석 등을 연구한다. 콘크리트의 정밀한 재료 배합을 통한 강도조절에 흥미가 생겨 이 분야를 선택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지진이 발생하면 첫 번째로 피해를 입는 구조물이다. 그래서 특히 지진설계 쪽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콘크리트 학회에서 2007년부터 2년 동안 학회장을 맡기도 했다.


  정영수 교수는 10여 년간 현장에서 현장팀의 공정 담당을 맡은 공무 및 대감독이었다. 이러한 현장 경험 덕분에 학생들에게 이론뿐만 아니라 생생한 현장 노하우까지 가르칠 수 있었다. 이론만으로는 이해가 어렵지만 실무와 이론을 결부시키면 이해가 훨씬 쉬워지므로 학기 중에는 꼭 현장실습을 가게 한 것도 그의 특별한 강의비법이다. 현장실습은 학생들에게 실제로 시공 중인 교량, 댐 등의 현장을 보여주고자 한 시도였다.


  정영수 교수의 교육 철학은 ‘일기일회(一期一會)’다. “모든 순간은 생에 단 한 번이니 삶의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은 “불평만 하면 끝이 없다. 긍정적으로 하면 된다”는 그의 삶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정영수 교수는 콜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 처음 중앙대 강단에 서게 되었을 때 매주 22시간의 강의를 했다. 교육조교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것이 아닌, 사회에서 10년을 보내고 막 교육계에 발을 디딘 그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업시간이었다. 정영수 교수는 “과목을 너무 많이 맡아 부담됐지만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육체적으로는 굉장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처음 1~2년은 강의노트, 강좌를 다 혼자 만들어야 해서 하루에 두 세 시간 자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일에 기쁜 마음으로 임했고 이러한 긍정의 철학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교육 철학으로 이어졌다.


  교수 재임기간 중 기쁜 일이나 아쉬웠던 일 모두 제자들과 관련돼 있다. 그는 “콘크리트 학회장을 한 것보다 제자가 잘되는 게 좋았지만 칭찬에 인색했다”며 제자들에게 너무 엄격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원기도 복돋아 주었어야 했는데 제대로 못 해준 것이 아쉽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한 정영수 교수는 10년이고 20년이고 늦는건 절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중앙대를 떠나지만 아직 ‘건설’분야에서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핵심 연구중점 과제를 맡게된 그는 앞으로도 2년반 동안은 쉴 새가 없다. “재수, 삼사수, 휴학. 걱정할 것 없다. 공부에 대한 열정만, 즐거움만 있다면 늦게 시작해도 보람이 있다”는 그의 긍정적인 조언이 튼튼한 콘크리트 건물만큼이나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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