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말하길

지혜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통찰력(insight)이다”

 

 

 

 

  1985년 어느 화창한 봄날, 교단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교수님 한 분이 어색한 웃음을 짓고 서 있었다. 애초 한 시간으로 계획했던 강의가 30분 만에 끝나버리자 당황한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색한 침묵뿐이었다. 28년이 흐른 지금, 그 어색했던 순간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강의 잘하기로 입소문 난 하성규 교수(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가 어느덧 퇴직을 바라보고 있다. 

  하성규 교수는 런던대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분야에서 현재까지 약 서른 권의 저서를 출판했다. 2004년엔 저서 『한국도시재개발의 사회경제론』이 전 문화관광부 추천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바 있다. 이어서 2009년엔 『한국인의 주거 빈곤과 공공주택』이 대한민국학술원으로부터 자연과학분야 우수학술도서로 채택되는 등 지금까지도 왕성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용 이후 산학협동처장, 사회개발대학원 원장 등을 지냈던 하성규 교수는 2009년부터 2년 동안 안성캠퍼스 부총장으로 재직하며 학교의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하성규 교수가 이렇게 수십 년간 연구해온 도시계획 및 부동산 학문은 다른 학문들에 비해 실천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택, 환경 문제 등의 사회 제반 문제를 다루는 학과 특성상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하성규 교수는 배운 것을 실천하고 적용하는 ‘실사구시’의 자세를 강조한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은 반쪽자리 교육이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그는 “급변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이론의 현실적 응용을 위해선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풍부한 상상력을 토대로 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위해 다양한 경험과 많은 책을 읽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하성규 교수의 교육철학은 남다르다. 그의 교육철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지식은 중립적이기 때문에 사용 여하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이다. 지식을 습득하고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혜롭지 못하다면 결코 도움되는 지식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하성규 교수는 이야기를 하나 풀어놓는다. “평생 집을 지으며 살아온 어느 늙은 목수가 있었다. 목수가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자 그를 고용한 사장은 마지막으로 집 한 채를 지어달라 부탁했지만 이미 일터에서 마음이 떠난 목수는 집을 대충 지었다. 공사가 끝난 뒤 사장은 그동안 수고했다며 그 집을 목수에게 선물로 주었다.” 건축지식과 기술이 훌륭한 목수였지만 아쉽게도 그는 지혜를 갖지 못한 사람이었다. 하성규 교수는 학생들에게 ‘목수 같은 사람이 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되 지식을 갖추었다 하여 자만하지 말고, 항상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견지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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