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을 닫으며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송민정 기획부장
 
  의학부 의과대학 학생들의 의료봉사 취재 중 행색이 남루한 노숙인을 만났다. 의료봉사를 하러 온 학생들에게 고함을 치며 난동을 피우는 모습에 질겁했다. 의료봉사 중인 학생들에게 노숙인이 간암 선고를 받은 후 성격이 난폭해졌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의사가 아닌 학생 신분으로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비타민을 챙겨주는 것뿐. 비타민이 그의 암세포를 줄여줄 수 없다. 나 역시 모든 자초지종을 듣고도 그에게 해줄 것이 없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마음만 아프게.’
나의 대학생활은 중대신문을 알고 난 후와 알기 전으로 나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학생활 절반의 시간 동안 나는 중앙대를 모르고 살았다. 학내사안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학내사안에 무지했던 내가 중대신문에 들어왔다. 학생이 아닌 ‘기자’로 지내며 그동안 내가 보지 못한 학교의 모습을 보았다. 중앙대에 개선되지 않은 문제점들과 부당함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중대신문 기자가 아닌 학생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친구들을 통해 학내 불만사항을 전해 듣는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방법은 없었다. 또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학생으로서 느끼는 학내 문제들은 그저 ‘문제’일뿐 ‘해답지’를 찾을 수는 없을까. 그리고 또다시 생각했다. ‘아 몰랐으면 차라리 마음은 편했을 것을.’ 역시 아는 것은 독일까. 
그렇다면 정말 모르는 게 약이 될까. 이쯤 되니 차라리 모르고 있었을 때가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동료기자 J군이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가 답답한 것은 우리만 알고 있기 때문이야.” 문제와 부조리를 나 혼자만 느낀다면 섬처럼 고립되고 만다.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을 반복하는 것이다.
해답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었다. 문제지도 해답지도 신문 안에 담아내면 된다.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면에 담아 나 홀로 고민하는 문제가 아닌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를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다. 모두가 문제라 생각한다면 서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면 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문제도 의외로 쉽게 풀린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고민도 공감도 아닌 문제를 공표하는 것이다.
요즘도 문득 의료봉사센터에서 암을 앓고 있는 노숙인을 떠올린다. 의료봉사를 하러 온 학생들도 그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중대신문 모든 기자도 학교의 문제들이 불치병이 아닌 한낱 열병으로 완쾌될 수 있도록 이번학기 ‘마지막 신문’에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학기 중대신문에는 많은 쟁점기사가 실렸다. 미미하나 개선된 지점도 있었고, 여전히 해결의 태동조차 보이지 않는 문제도 보인다. 하지만 모두에게 알리기 위한 시도는 시작됐다. 과거의 나처럼 학내사안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도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각인시켰을 때 더 이상 아는 것은 독이 아니다. 진짜 독은 나 혼자만 알고 덮어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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