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진행됐나
 
지난 11월 23일, 중대신문 주최 제8회 비평문 공모 및 제2회 수필 공모 마감결과 총 29편의 작품이 접수됐다. 문학비평 8편, 영상비평 5편, 사회비평 2편, 수필 14편이 도착했다. 공모된 작품은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인적사항을 지운 후 원고 제목과 본문만을 심사위원에게 전달했다.
 
수필과 문학비평은 예심과 본심으로 나눠 진행됐다. 예심은 이정현 문학평론가(중앙대 국문학 박사수료)가 맡았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문학비평 2편, 수필 4편이다. 영상비평과 사회비평은 공모작 수가 적어 예심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심으로 보냈다. 
 
본심은 분야별 전문가인 4명의 중앙대 교수진이 맡았다. 문학비평은 문학평론가 이경수 교수(국어국문학과), 영상비평은 영화평론가 박명진 교수(국어국문학과), 사회비평은 백승욱 교수(사회학과)가 맡았다. 수필은 문학평론가 류신 교수(유럽문화학부)가 맡았다. 
 
최종심 결과 문학비평과 수필은 당선작이 나왔지만 영상비평은 가작으로 선정됐다. 사회비평은 수상작이 없었다. 상금은 당선작 50만원, 가작 25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중대신문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총 78편의 작품이 접수된 데 비해 올해는 현저하게 공모작이 줄었다. 현재 중대신문사는 홍보부족 탓인지, 대학문화의 변화 때문인지 다양한 각도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내년엔 개선책을 바탕으로 중앙대 재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 예정이다.
 
수필
사적 고백을 넘어 감동의 보편성을 획득한 점이 돋보여
 
 

말 그대로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다.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이 진득한 사색의 숲을 거닐며 웅숭깊어지고, 개성 있는 문체의 꽃밭을 누비며 아름다워지는 글을 찾았다. 14편의 응모작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4편이었다. 아버지는 아버지와의 소원(疏遠)했던 관계에 대한 진솔한 고백이 아버지와의 소통과 화해의 단초로 이어지는 과정을 안정감 있게 풀어 나갔지만, 문장이 다소 상투적이다. 법학적 인간은 경쟁지상주의와 실익논리에 경도된 작금의 대학생의 불우한 처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문제의식에서는 듬직했지만, 자신의 진심을 글로 옮기는 수사학에서는 미숙했다.() 속의 관()은 끝까지 당선작과 겨룬 작품이다. 기성의 패러다임에서 해방된 새로운 시각의 확보가 예술창작의 기본기라는 문제의식을 설득력 있게 기술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너무 많이 직접 인용했기에, 예술 에세이라기보다는 문학평론에 가까운 글이 되고 말았다.

당선작 그곳에서 나비를 꿈꾸었다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사적인 감정표현의 골방에서 벗어나 감동의 보편성을 획득한 점이 이 글의 미덕이다.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고통이 자신도 모르게 삶의 자양분이 되고, 세계와 통정하는 상상력의 밑거름이 되는 과정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표현했다. 비유와 표현력도 뛰어나다. 삭막한 현실의 한복판에서 부화된 나비의 날갯짓(희망)을 꿈꾸는 청년의 미래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꿈꾸는 일은 사람을 죽지 않게 한다는 진부해 보이는 문장이 이 글의 문맥 속에서는 아름다운 진정성의 아우라를 분무(噴霧)한다. 이 전이의 기적이 이 글의 매력이다. 아쉽게 떨어진 작품에는 격려의 마음을,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문학비평
외로움을 해석하는 세대적 감수성 돋보여  
 
 

예선을 거쳐 올라온 문학평론 응모작은 틈새로 이어진내가 곁에 있어도 외롭다고 말하는 그대여두 편이었다. 두 편 다 흡인력이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눈으로 작품을 읽을 줄 알고, 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알았다. 공감의 힘을 지닌 절실한 글이었다는 점에서 두 편 다 좋은 글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틈새로 이어진은 김연수의 소설 좬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좭을 통해 자신의 유년과 가족과 학창시절의 기억에 대해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고백하고 있는 글이다. 글의 형식이 참신하고 시선도 매력적이어서 오래 눈길이 머물렀던 글이지만, 비평문이라기보다는 자기 고백적 에세이에 가까웠다. 아직은 자기 고백에 머물러 있지만 소통의 방식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면 좋은 비평문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곁에 있어도 외롭다고 말하는 그대여는 올해 출간된 김애란의 소설집 좬비행운좭에 실린 8편의 단편을 외로움이라는 코드를 통해 분석한 글이다. 김애란의 소설 속 인물이 경험하는 결핍과 외로움을 적절히 분석하고, 예민한 감성으로 김애란 소설이 자아내는 분위기를 포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김애란 소설에 그려진 결핍과 외로움을 자기 세대의 경험과 관련지어 해석해낸 부분이 돋보였다. 서른의 위로서라기보다는 스물의 지침서로 김애란의 소설을 읽어낸 안목은 지독하게 스무 살을 앓아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이십대를 통과 중인 청춘들을 격려하는 힘이 이 글에 실려 있었다. 응모자 모두에게 멋진 도전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사회비평
자신의 언어로 감동줄 수 있는 작품을 기다린다
 
 

올해 사회비평 부문은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응모작이 2편뿐이어서 예심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응모작들을 건네받았지만 수상작으로 선정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있음에도, 분노는 있으되 분노가 비판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시대적 분위기가 강화된 결과가 아닐까 싶어 다소 걱정되기도 한다. 응모작들은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와 교육이라는 아주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고 응모자 개인적으로는 자기 생각들을 다듬어 가는 훌륭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사회비평’ 글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글들이었다.

글의 성격이 자기 다짐의 수준에 머물거나 아니면 수업시간에 접촉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정리해 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사회비평은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익숙한 시선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우리 사고를 전환하고 전복해 보려는 글쓰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고리가 잘 연결되어야 할 텐데, 그것은 첫째로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기, 둘째로 현실에 대한 기존의 사고들을 비판적으로 꼼꼼하게 읽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잘 표현하기이다. 그렇지만 그 세 고리를 연결시키는 작업에서 늘 넘치기 아니면 모자라기라는 양면적 문제에 부딪힐 수 있고, 그것을 잘 넘어서야 좋을 글이 나올 것이다. 여기에 성공하려면 자신이 ‘현실’에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느낀 어떤 ‘감동’(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을 자기 내에서 잘 숙성시켜 자신의 언어를 매개로 삼아 다른 사람에게 ‘감동’이 가능하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내년에는 이런 요건들을 갖추고 ‘비판’의 날을 잘 갈아 세운 응모작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영상비평
아쉬움과 기대감으로 ‘가작’을 내놓는다

 
다크나이트를 떠나보내며는 소위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대상으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섬세하게 분석한 평론이다. 폭력과 정의의 문제는 인간의 역사와 사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복잡한 대상이다. 이 평론은 이 난해한 문제를 큰 무리 없이 설명해 내고 있다. 다만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이나 비문(非文)이 옥의 티로 작용했다.

림보, 체험의 미학-몰입과 각성을 통해 체험하기는 인디 어드벤처 게임인 림보몰입각성의 미학을 분석한 평론이다. 게임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평론이었다. 주제의 깊이에 비해 작품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소략했고, 작품 해석이 다소 주관적이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평론이었다.

사랑을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요?-영화를 통한 사랑과 사진에 대한 고찰은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클로저(Closer)에 대한 평론인데 논의의 깊이와 개성적인 해석에 있어 아쉬움을 남기는 글이었다.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비평-돈의 맛, 우파적 영화의 한계는 투고작 중 필자의 견해와 시각이 가장 선명한 글이었다. 다만 문장이 다소 거칠고 부정확한 표현이 보여 아쉬웠다.

문장력, 참신한 시각, 작품 해석력 등을 고려했을 때 여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묻기-아름다움과 추함, 은폐와 드러냄의 사이에서가 가장 완성도 높은 평론으로 읽혔다. 문장도 비교적 안정적이고 논증 과정도 설득력이 있는 글이었다. 그러나 영화 그 자체의 매체적 미학에 대한 고려와 성찰이 부족하여 당선작이 아닌 가작으로 밀게 되었다. 투고자 모두의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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