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길마다 종종 겪는 신기한 일이 있습니다. 그간 걸어온 거리가 얼마나 되었든 집 근처에 도착할 때 쯤이면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는게 바로 그것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버스를 타거나 하루종일 바깥에 있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막상 집에 들어가기 위해 현관문 앞에 설때면 문이 열리는 몇초를 기다리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조급해집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저만 겪는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이 글을 쓰는 날은 제가 만드는 마지막 신문의 마감날입니다. 한주 한주 마감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열두번의 신문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다섯 학기가 지나갔습니다. 불과 지난주까지 만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더 이상 신문을 만들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데, 이제 저에게 주어진 기회는 이번주가 마지막입니다. 다급해지고 조급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조급해질 때 일수록 주의해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화장실이 급해 다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달려가다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은게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요. 목표가 가까워질수록 작은, 평소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곤 합니다. 부끄러워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이번주의 전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가득 채워진 한주를 보냈습니다.
 
 그래도 전 운이 좋은 편입니다. 그간 열발자국 앞의 목표에 눈이 멀어 한발자국 앞의 것들을 살피지 못해 더 큰 화를 야기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잘 달려왔는데, 앞으로 몇발자국만 더 가면 되는데 잠깐의 조급함이 그간의 노력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어 버리곤 했습니다. 
 
 908년에 열린 제4회 런던올림픽에선 선두로 달려오던 한 마라톤선수가 결승선을 270미터 가량 남겨둔 지점에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막판에 온 몸에 힘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몇몇 진행요원들이 그를 결승선까지 부축했지만 결국 반칙행위로 인정돼 실격처리됐다고 합니다. 결국 금메달은 페이스를 여유롭게 조절했던 2등 주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저보다 앞서 임기를 마쳤던 편집장들은 하나 같이 ‘아쉽다’는 말을 남기고 신문사를 떠났습니다. 전임자들의 수줍은 고백을 들을 때 만해도 “얼마나 열심히 안했으면 아쉽다고 말하는 걸까”라며 속으로 그들을 질책했습니다. 그러나 이 질책이 의미없는 것이었음을 아는데까지 꼬박 다섯학기가 걸렸습니다. 매주 마감날마다, 매 학기 말마다 조급함에 쫓긴 끝에 얻은 깨달음입니다. 다섯 학기 동안의 조급함은 저에게 전임 편집장들과 같은 아쉬움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제 연말입니다. 모두들 각자의 일을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잠깐의 조급함에 한 해의 수고를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제 저는 능력있는 후배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 지면을 넘겨받을 다음 편집장은 전임자들을 끈질기게 따라붙었던 아쉬움을 떼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소망을 남기며 마지막 기사를 마무리합니다. 한 학기 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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