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과 28일에 진행된 선거에서 전자 투표 상의 오류로 인해 사회대와 인문대 선거는 재투표 결정이 나게 되었다. 전자투표 시스템 상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번째는 업체 측의 명부입력 실수로 사회대 소속인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투표창에 인문대 투표창이 뜨는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정황적으로 판단했을 때 업체 측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동의 없이 시스템 상에 수정을 가했다고 보인다는 점이다.


  첫번째 문제로 인해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선택권이 박탈당하고, 인문대의 학생이 아닌 사람이 인문대 대표를 선출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선관위의 동의 없이 선거 시스템에 외부인이 접근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올해 전자투표에서는 지난해와는 달리 학교 외부에 서버가 설치되었다. 이는 종이투표에 비유하자면, 투표함을 선관위가 아닌 다른 사람이 관리하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원천적으로 투표함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야 마땅하다. 그게 아니라면 외부에서 접근 및 수정이 이루어질 경우 반드시 기록으로 남는 시스템이 보장되었어야 한다.


  이러한 점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는 진행되었고, 업체에서 투표 첫날과 이튿날 사이에 서버에서 명부를 수정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는 외부에 맡겨둔 투표함에 누군가가 손을 댄 것과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개표 다음 날 공개된 로그파일에서는 누군가 새벽 시간대에 서버에 접근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자투표는 종이투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선거 의혹을 차단하고, 개표에서 발생하는 번거로움을 덜고자 도입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황에서 업체 측의 말만 믿고 선거를 진행하는 것은 선관위가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선거에서도 드러났듯이 업체 측에서 모른다고만 발뺌할 경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생사회에서 전자투표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실제 조작 여부와는 관계없이 조작이 가능한 전자투표 시스템 하에서 진행되는 선거로 선출된 대표자는 학우들의 신뢰를 받기 힘들다. 이는 비단 인문대, 사회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총학생회 선거가 많은 표 차이로 당선자가 결정이 났기에 망정이지, 접전으로 진행된 선거였다면 총학생회 선거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학생회 선거는 학생들이 구성한 선관위의 통제 하에서 진행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전자투표 시스템은 학생들이 선거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번 선거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다음 선관위에서는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 삼아 편리함만 좇아 전자투표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선관위가 선거를 통제할 수 있는 선거 방식을 깊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강나루 전 인문대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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