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내린다 해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겨울이 왔다. 12월에는 눈에 띄게 자주 보이는 아이템이 있는데, 바로 다이어리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해에 대한 기대와 희망, 열심히 지내보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다이어리를 마련한다.


  그러나 작년 이맘 때 그런 맘을 가지고 다이어리를 마련한 이들 중 실제로 지금까지 꾸준히 다이어리를 쓰고 있는 사람은 아마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일기라는 게 쓰다보면 굉장히 귀찮게 느껴지는 것이어서, 하루 이틀 밀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일상의 영역에서 멀어져 있다. 그렇지만 그 귀찮음만 극복하면 일기는 작은 노력으로 큰 벅참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방 정리를 하다가 친구가 보냈던 쪽지나 어릴적 사진을 발견하고 가슴이 뭉클해져 본 경험은 모두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는 순간 먼 과거는 오늘이 되고, 멀어졌던 친구들은 오늘만난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일기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에 대한 짧은 기록들은, 그것들을 읽는 순간 기억 저편에 숨겨져 있던 추억들을 생생히 되살려 우리를 향수에 젖게 만든다. 일기를 읽기 전까지는 그저 달력속의 날짜에 불과했던 날들은 그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한편의 오래된 영화가 된다. 하루에 하루가 더해지고, 그 하루들이 쌓여 1년, 10년 그리고 일생이 된다.


  나는 벌써 16년째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다. 남들보다 좀 늦은 8살에 글을 깨쳤으니 글을 알던 일생 내내 일기를 쓴 셈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일기를 통해 잃지 않은 소중한 추억들이 참 많다. 나에게 일기는 일상의 기록이고 기억이며, 추억이고 또 역사이다. 별 것 아닌 것 처럼 느껴졌던 소소한 일상들이 모여 나의 삶에 대한 역사가 되는 것이다.


  나의 소중했던 하루하루를 잊지 않고 추억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일기는 소중하게 키워나가야 할 이유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이서진 학생 (영어영문학과 3)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