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몸이 안 좋아져 최근 동네 병원을 찾았다. 그냥 ‘감기겠지’하고 갔는데 의사가 ‘급성 인후두염’이란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니 하고 끄덕거리면서 처방전만 기다렸다. 


  동일 직종 중 특히 전문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을 다른 직종과 차별화하기 위해 ‘특수한 언어’를 사용하곤 한다. 특수한 언어는 그들이 쌓은 지식에서 비롯되며 그 언어를 터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외부인으로 남게 된다. 결국 특수한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해당 분야에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무비판적인 수용’만 하게 된다. 또한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가는 흔히 말하는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되곤 한다.


  올해 양캠 총학생회 선거 과정 속엔 이런 양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울캠의 ‘전자투표제 로그파일’ 공개가 그 예다. 지난달 27일 인문대·사회대 학생회장 선거 중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학적이 잘못 표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각 단과대 선관위원들은 선거인명부와 관련된 조작 의혹에 로그파일을 공개해달라고 해당 업체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업체 측에선 ‘확인할 수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로그파일을 공개했지만 학생들은 이 한마디를 듣자마자 대응할 수 없었다.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친절한 설명도 없이 확인을 할 수 없다고 하니 학생들은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전자투표 시스템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한 학생들의 물음에 돌아오는 건 각종 수식과 암호로 둘러싸인 답변이었다. 결국 각 단과대 선관위원들은 더 이상의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의혹을 덮어야만 했다.


  안성캠의 경우 본부와 학생 간 정보격차가 발생했다. 총학생회 후보였던 ‘우리’ 선본은 법정전입금과 예결산 차액 등 회계와 관련된 수치를 예로 들어 공약을 제시했다. 하지만 본부는 우리 선본이 제시한 수치가 정확한 사실이 아니며 명백하게 해교행위를 한다고 판단해 당선을 무효 처리했다. 결국 당선이 무효로 처리되기까지 양측의 정보격차는 줄어들지 못한 것이다. 본부의 입장에서 우리 선본은 ‘모르고 하는 소리’가 됐고, 우리 선본의 입장에서 본부는 ‘거짓말만 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두 사례는 ‘친절한 설명’이 부족했단 점에선 뜻을 같이하고 있다. 각 사안에서 중심이 되는 주제의 지식을 완전히 공유할 수 없다면 친절한 설명이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각 주체들은 침묵으로 일관해 서로의 오해만 쌓았다. 결국 각 주체들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이른바 ‘갈 때까지 간 꼴’을 보였다.


  대화는 망각과 무지에서 시작된다. 어떤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모를 경우에 소통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 과정 속에 생긴 망각과 무지는 ‘침묵’과 ‘일방적인 주장’으로 끝났다.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중앙대 구성원 간의 조화는 오고가는 친절한 설명 속에서 시작된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