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후 목표를 말하고 있는 권형일 교수. 구슬기자
 

십여 년 전 학력고사를 27일 남겨둔 한 학생이 “문과에서 체육교육과로 진로를 바꿀 겁니다”고 말했다. 주위에선 다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적극 만류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달랐다. 훗날 교수가 된다는 약속을 하면 체육교육과로 진학하는 것을 허락해 주겠노라 말했다. 주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당히 명문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했고 결국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켰다. 바로 중앙대 권형일 교수(체육교육과)다.


권형일 교수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석사,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를 마쳤다. 2008년 중앙대에 임용되기 전까진 아이오와 주립대, 플로리다 주립대, 싱가폴의 난양공대 내 싱가폴 국립사범대에서 교수생활을 했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의 전공분야는 ‘스포츠 마케팅’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스포츠를 이용하여 제품판매의 확대를 목표로 하는 마케팅 기법이라 할 수 있다.


권형일 교수의 연구분야는 스포츠 마케팅 학문 내 스포츠 조직이론뿐 아니라 스포츠 소비자들의 소비유형이나 소비심리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팀 동일시’라는 주제를 많이 사용해 연구하는데, 팀 동일시란 어떤 한 팀의 구성원이 팀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사회 정체성을 일컫는다. 이렇듯 사회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가능한 것은 마케팅이라는 학문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다. 마케팅은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 분화된 것이기 때문에 사회심리학적인 요소들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학문을 스포츠에 접목하는 것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융합학문’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턴 체육교육과 내에 설립된 중점연구소에서 ‘학교’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중·고등학교 내 체육수업 시수를 늘리는 정책을 시행해 정규체육교사들의 업무가 과다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권형일 교수는 정규체육교사들이 과중한 업무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 불만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권형일 교수는 체육교육과 학생들에게 “운동감각이 뛰어나서 체육교육과를 갔냐”는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현실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 체육교육과정 내에 있는 실기 체육 과목은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권형일 교수는 “체육교육과 학생이라고 하면 어떤 운동을 전공하냐고 물어보지만 그들에게 전공은 ‘체육교육’이지 ‘운동’이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실기 체육 과목을 얼마나 잘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가르칠 수 있는가이다”고 말했다.


권형일 교수는 “이뿐 아니라 체육교육과라고 하면 사람들이 대개 체육교사만을 준비하는 학생들만 있다고 생각한다”며 “체육교육과를 나와 스포츠 관련 산업체에 입사하거나 휘트니스 클럽의 매니저로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마케팅을 전공한 권형일 교수가 체육교육과에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람들에게 소비심리, 스포츠 경영학과 같은 것들을 가르친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이 체육교육학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를 묻곤 한다. 사실 그가 전공하는 스포츠 마케팅과 체육교육학은 직접적으로 연관된 학문은 아니다. 그러나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모두 체육교사가 되지 않을뿐더러 스포츠 마케터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들도 있다. 사범대 내 그의 마케팅 수업이 의미 있는 이유다.


보기 드문 화려한 이력을 가졌지만 권형일 교수의 10년 후 목표는 소박하다. 제자가 자신의 논문을 들고 와 “교수님, 이거 잘못된 거 아니에요?”라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인터뷰를 마치며 권형일 교수는 “과 특성상 이론과 실기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열심히 따라와 준 것이 대견하다”며 “그러나 훗날 자신의 전문성을 더 키워 나를 비판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키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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