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두 선본에게 당선 후 만들고 싶은 중앙대의 모습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 후보는 ‘학생들이 항상 웃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한 후보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두 후보의 말을 들으니 지금 중앙대가 ‘학생들이 웃을 수 없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인가 보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합동유세 장면만 떠올려본다면 보통의 학생들은 대학생활을 하는데 별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금요일 12시, 치열한 합동유세를 기대하고 해방광장을 찾아갔지만 치열했던 것은 두 선본의 후보들 뿐이었다. 후보들이 준비해온 유세를 펼치는 동안, 해방광장을 채운 사람들은 취재차 온 기자들과 시화전을 홍보하는 국문과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후보자들이 강의실을 직접 찾아갔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보자들이 떠난 자리엔 버려진 리플렛들만 쓸쓸히 남아있었다.


  학생들이 총학생회 유세에 무관심한 이유는 학교생활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총학생회에 기대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 것이다. 구태의연한 지적이지만 누구를 뽑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정치적 환멸은 총학생회 선거에도 적용됐다. 학생들의 무관심은 올해 새롭게 등장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선거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취재하는 기자들도 올해엔 “재미없다”고 입을 모은다. 애초에 뻔한 공약만 내놓는 건 알았지만, 뻔해도 너무 뻔해서가 아닐까. 두 선본의 공약을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본다면, 기자들도 둘을 구별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을 정도다. 두 선본 모두 ‘등록금 인하’, ‘수업권 보장’, ‘학생 복지’를 똑같이 외치고 있다.


  두 선본이 입을 맞춘 것처럼 공약을 실현 할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까지 판박이다. 모두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본부에 전달하겠다”는 구호를 외치지만 ‘어떻게’ 학생들의 의견을 모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도 같다. 이렇게 선거가 계속 진행된다면, 전체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투표가 무산됐던 2010년의 뼈아픈 경험을 또다시 겪게 될지도 모른다.


  투표가 성사되더라도 갓 50%를 넘긴 투표율을 기록한 채 총학생회 선거가 결정된다면, 다음은 더 큰 문제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이 학생들의 참여를 전제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늘 그랬듯 수면 아래에 숨어있다면 모든 공약의 의미가 사라진다. “설문조사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외치지만 학생들이 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후보는 어떤 의견을 본부에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번 주 선거 유세는 학생은 없고 후보들만 있는 그들만의 지루한 싸움이었다. 싸움구경이 가장 재미있다는데, 전반전은 지루했다. 후반전은 재미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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