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우리는 매일 생방송을 한다
  • 엄은지 기자, 최아라 기자
  • 승인 2012.11.17 22: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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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공개방송

 

청테이프 뜯고 붙이는
일도 공개방송의 연장선이다

프롤로그
큐사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On Air’ 불이 켜진다. 드디어 시작된 공개방송. 지난해까지 UBS(중앙대 방송국)의 공개방송은 유명 가수를 초청했으나 올해는 다르다. 웹툰작가들과 함께하는 토크쇼가 올해 공개방송의 테마다. 연예인 없는 공개방송은 따분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끼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웹툰작가들과 함께 UBS 요원들은 디데이를 추진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 예상했던 WWW(With Wonderful Webtoonist)는 섭외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기 포탈사이트, 유명 웹툰사이트 등을 백방으로 수소문하며 작가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한 것과 달리 차디찼다.
모두가 좌절하고 있을 때 ‘따르릉’ 어디선가 UBS를 찾는 구원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들이 바로 웹툰의 申 김선권, 지뚱, 홍작가였다.

▲ S#1 무대 뒤에서 UBS 요원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S#1 최종리허설
“스탠바이 큐.”
벌써 세번째다. 안성캠 영신음악관에 모인 서울캠과 안성캠의 UBS 요원들이 내일 있을 공개방송 리허설에 한창이다. 하지만 리허설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음향이 완벽하다 싶으면 조명이 말썽이고, 조명이 됐다싶으면 영상이 문제다.
무대 뒤 요원들은 무전기 대신 청테이프를 손에 들었다. 각종 장비로부터 연결된 굵직한 라인들이 엉키지 않도록 조그맣게 자른 청테이프를 이용해 라인을 바닥에 고정시켰다. 청테이프는 물체 고정, 무대 위 소품 영역과 동선 표시에 유용하게 쓰여 요원들에겐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무대 위에선 MC들의 토크쇼 연습이 한창이다. 리허설과 본공연에 쓰일 대본은 사실 사전인터뷰를 통해 작성된 제작부 요원들의 합동작품이다. MC들과 함께 리허설에 참여하지 않은 웹툰작가 대역을 맡은 요원들의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물론 연극배우처럼 대본을 통째로 익힌 것은 아니다. MC들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대본을 구경해보지도 못한 요원을 대역으로 세우기도 한다. MC들의 뛰어난 애드리브 실력의 비결은 따로 있었다.
“집중 안할래?”
조명 제어를 담당하는 차현돈씨(국제물류학과 1)가 또 혼났다. 아직은 미숙한 요원들의 솜씨가 불안한지 실무국장 강민우씨(아시아문화학부 중국어문학전공 2)는 무대 뒤, 객석, 조명실을 오가며 요원들을 체크한다.
리허설이 모두 끝난 새벽 2시 30분. 서울행 막차는 한참 전에 떠났다. UBS요원들은 찜질방팀과 방송국 수면실팀으로 나뉘어 각자 잠자리를 찾아 나섰다. 어느 쪽도 편한 잠자리는 아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불편함을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그들의 디데이가 성큼 다가와 있다. 

▲ S#2 MC들과 웹툰작가들의 토크쇼가 한창이다. 오른쪽부터 지뚱, 김선권, 홍작가.

S#2 공개방송날
“웹툰작가도 만나고 경품도 얻을 수 있는 UBS 공개방송!”
간이 스피커를 손에 든 요원들의 길거리 홍보가 한창이다. 사력을 다한 막판 홍보 대작전이 펼쳐진다. 추운 날씨에도 홍보는 계속된다. 현수막을 내걸고, 교내에 홍보방송을 틀고, 전단지 수천 장을 뿌렸음에도 방송 시작 직전까지 관객석은 1/5밖에 차지 않았다.
“10분만 더 끌어보자.”
같은 시간, 게스트인 웹툰작가 3인방 김선권, 지뚱, 홍작가들이 무대 커튼 뒤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공개방송 시간이 다가 올수록 웃음기가 사라진다.
“화장실 가고 싶어요, 부담되요.”
웹툰계에서는 베테랑일지 몰라도 무대 위에선 생초짜다.
드디어 공개방송이 시작되고 오프닝 곡이 공연장을 울린다. 요원들의 표정이 경직된다. 음향팀의 실수로 엔딩곡과 오프닝곡이 뒤바꼈다. 공연이 시작 되기도 전에 엔딩이라니. 당황한 요원들 속에서 제작부장 이현용씨(광고홍보학과 2)가 말한다. “됐어, 그냥가자.” 이미 나온 엔딩곡을 도중에 끊지 않고 능청스럽게 넘어간다. 
토크쇼가 끝나고 웹툰작가들과 함께하는 경품추첨이 시작됐다. 순간 응모권을 뽑아든 지뚱작가의 손으로 시선이 집중된다. 경품은 바로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당첨번호를 부른 순간 객석 뒤쪽에서 초등학생이 뛰어나온다. 중앙대에 재학중인 언니의 초대로 아버지를 포함한 온가족이 총출동 한 것이다. 경품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공연 시작 직후에 눈에 띄었던 빈 객석도 공연이 끝나갈 무렵에는 뒤늦게라도 공개방송을 찾은 관객들로 절반가량 채워졌다.

▲ S#3 공개방송이 끝난 후 열린 사인회에서 관객들이 웹툰작가들에게 사인을 받고 있다.

S#3 공개방송이 끝난 후
영상팀의 김은지씨(영어영문학과 1)가 영상믹싱기계가 고장나 각도 조절이 안되는 모니터를 고정시키기 위해 붙였던 청테이프를 떼며 한껏 인상을 쓴다. 리허설을 할 때에는 만능으로 통했던 청테이프가 공개방송 종료 후에는 질겨서 떼기 힘든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이제 애증의 청테이프는 UBS요원들에겐 뗄레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 노후한 장비들은 청테이프 없이는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자, 남자, 소속 부서, 직급에 관계없이 모든 요원들이 능숙하게 라인을 감는다. UBS에 ‘레이디 퍼스트’는 없다. 무거운 장비를 정리하고 궂은 일을 도맡아 할 때 UBS만의 레이디 퍼스트가 진가를 발휘한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공개방송을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한 요원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서로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냈다. 특히 56기 요원들에게 이번 공개방송은 임기 중 마지막으로 맡는 큰 행사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다. 부서마다 그들을 위해 준비한 축하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자축의 시간이 계속됐다.
“UBS요원들  모두 다 수고 많았다.”
칭찬에 인색하던 실무국장 강민우씨가 격려의 말을 꺼내자 요원들이 환호한다. 오늘의 최종 누적관객은 약 92명. 관객만 몇 백 명이었던 작년과 재작년 행사의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지만 새로운 형식의 공개방송을 시도하고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그들의 디데이는 대성공이었다.
무대 위 주인공들을 위해 무대 뒤에서 숨죽이며 디데이를 보낸 UBS 요원들. 텅빈 무대와 객석만 보이는 지금 이제 공개방송의 주인공은 웹툰작가도, 관객도 아닌 바로 그들 자신이다. On Air 불빛은 꺼졌지만 그들의 생방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NG

"낙엽을 사수하라, 오바!"
낙엽 깔린 무대가 눈에 띈다. 낙엽의 원산지는 안성캠 정문 앞으로, UBS 요원들의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무대다. 영신음악관 무대 위로 깔리기까지 말 못할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공개방송 전날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로인해 안성캠의 은행 나무가 몽땅 비에 젖어버렸다. 아뿔싸. 젖은 은행 나뭇잎을 무대에 깔 순 없다. 그래도 UBS 요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마른 낙엽을 찾아 나섰다.
혹시나 낙엽 주울 때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쳐 서로 민망한 상황이 생길까봐 일부러 인적이 드문 시간에 정문으로 향했다. 보는 눈이 있을까 발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민첩하게 움직였다. 때마침 UBS 요원들 레이더망에 포대자루 하나가 걸렸다. 예전에 경비아저씨들이 청소하며 모아둔 은행 나뭇잎이었던 것. 그들은 재빨리 준비한 봉투를 꺼내 은행 나뭇잎을 꾹꾹 눌러 담았다.


까메오

토크쇼가 끝나고 공연장 로비에서 사인회가 열렸다. 웹툰작가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공방송을 관람한 관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여느 연예인 사인회를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 공개방송도 불가능 했다.
베테랑 웹툰작가 김선권 
투명인간이 된다면 가장 먼저 웹툰 사이트를 찾아가 조회수를 조작하고 싶다는 김선권 작가. 지인의 권유로 일간스포츠 '쎄맨바리' 연재를 시작해 웹툰작가가 되었다. 그는 웹툰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렇게 탄생한 이야기가 바로 ‘수사 9단’ 시즌 1, 2와 ‘후유증’ 등 이다.
한때는 국악인을 꿈꿨던 홍작가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한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 홍작가. 하지만 국악을 그만 둔 일이야말로 부모님께 큰 효도를 한 거라고 쿨하게 대답한다. 이미 그는 2009년 프랑스 카스테르망에서 『도로시 밴드』 전 3권이 프랑스어판으로 출간된 한류 웹툰작가로 유명하다.
꿈많은 신예 웹툰작가 지뚱
요즘 떠오르는 신예작가 지뚱을 알고 있는가? 지뚱 작가 섭외에 있어 일등공신은 바로 김선권 작가였다. 웹툰을 계기로 만난 그들은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매주 많은 정보를 찾고 공부를 한다는 그는 당장이라도 시골에 내려가 농사꾼으로 살 수 있다는 포부를 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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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2012-11-19 17:10:12
재밌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