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힘이 존재한다. 체력, 학력, 정신력, 재력, 능력, 권력, 국력 등 그 예를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능력중시의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학력, 경력, 재력을 추구하면서 경쟁사회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여름에 일본에서 ‘인간력’을 기르기 위한 약 1주일의 여름캠프에 부모들이 앞다퉈 자녀들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TV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심지어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5대1의 경쟁을 뚫고 추첨에 뽑혀야만 그 캠프에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그 캠프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는 누구보다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이었고, 비용 또한 일반 캠프보다 비싼 편이었다. 그런 치맛바람을 날리는 부모들이 이 캠프에 몰리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심어주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인내심과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친화력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또한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는 것이 이 캠프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다. 이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서로 모르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캠프기간에 공부는 전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볼 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이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물살이 거센 강을 조를 짜서 목표지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런 힘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서서히 협동을 배우고 리더십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고도성장 뒤에 찾아온 장기간의 경제침체, 리더십의 부재가 심각한 일본정치의 현주소, 거기에 닥친 엄청난 자연재해를 겪으면서 일본의 부모들은 학력만 가지고 자녀를 온실의 난처럼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인간력’의 의미를 정리하면, 인간력이란 인간으로서의 종합적인 매력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력’, ‘실천력’, ‘기력’, ‘체력’, ‘커뮤니케이션력’의 다섯 가지라 할 수 있다.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을 지닌 지력, 행동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실천력, 도전적 자세와 목적의식을 갖춘 기력, 적응능력과 자기 통제력을 지닌 체력, 공감적 이해력과 포용력을 지닌 커뮤니케이션력을 말한다.


  강단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나로서도 단순한 외국어의 정확성이나 점수만이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와 실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고 늘 느껴왔다. 경쟁력 있는 국제화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앞에서 말한 ‘인간력’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한 훈련이야말로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머리에 떠오른 성경 한 구절을 적고 이 글을 마치려 한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시편119:71)

박유자 일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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