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정 교수

  한국의 교육 현실
  암울하고 어두운 잿빛

  다양성 인정하는
  무지개빛 교육 되어야


  그녀는 독일 유학시절 『검은 교육학』이라는 책과 우연히 마주쳤다. ‘검은 교육학? 교육학에도 색을 표현하는 형용사가 붙을 수 있다면, 붉은색, 청색, 녹색의 교육학도 가능하지 않을까?’

  20년 전 이 엉뚱한 생각을 했던 사람은 현재 CHA의과대학교 의학교육학과의 최재정 교수다. 최재정 교수가 독일에 있던 1990년대 독일의 교육환경은 1980년대 한국사회에서 사춘기를 보낸 그녀에겐 문화충격이었다.

  최재정 교수는 “무엇인가를 반성하고 돌아보기 위해서는 스스로 비추어 볼 거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울이 깨끗할수록 우리의 잘못된 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녀는 그 거울을 ‘독일의 교육현실’로 삼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의 교육환경은 독일과 비교하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그녀는 “과잉 교육열과 함께 공교육이 붕괴되고 사교육이 대두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교육목적 마저 상실한 채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한국사회의 현 주소를 개탄했다.

  반면 독일의 교육환경에 대해 최재정 교수는 “독일 역시 내가 유학하던 시절과는 교육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교육제도의 주된 특징을 꼽자면 독일의 의무교육은 우리식으로 중학교 수준까지 이어지는 점,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이 일찍이 나뉘어져 전문화되는 점, 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는 점 등을 말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것은 대입제도라 할 수 있다. 독일은 수학능력평가대신 논술형을 기본으로 하는 아비투어(Abitur)를 실시하는데, 기본적인 독서 및 토론 능력, 반성능력 등 대학에서의 학업을 가능케 하는 수학능력을 우선적으로 본다.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이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문교육의 상급단계에 진급할 경우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에 준하는 수준 높은 강의가 이루어져 대학에서 바로 전공교육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

  이러한 교육제도로 말미암아 독일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에 있어서의 자유, 자율성, 개별성의 이념이 실현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이러한 교육제도가 잘 갖춰졌을 뿐 아니라 공교육을 신뢰하는 학부모의 교육 의식이 상당한 것도 독일 교육환경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교육을 직업교육 차원에서 협소하게 보는 것이 아닌 인간이 인간됨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소양으로 보는 ‘평생교육’의 실현 역시 독일의 교육현실에서 배워야할 점이다.

  한국의 교육현실은 무슨색일까? 독일의 교육현실도 장밋빛이라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은 교육과정, 입시제도 등을 고려했을 때 잿빛 혹은 먹색에 가까울 것이다. 이 상황에서 최재정 교수는 “한국교육의 기본토대부터 다시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며 “그렇지만 한국사회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무지개빛 교육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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