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탈까 버스를 탈까와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어떤 직업을 가질까와 같은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순간은 끝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모든 선택이 옳은 선택일 수만은 없으니 그에 따른 후회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때 내가 ~을 했더라면’, ‘그때 내가 ~을 하지 않았더라면’하는 상상을 할 때가 많아진다. 물론 지나간 일들에 대한 이런 반사실적 사고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도 해보지만 내 스스로 후회스러운 선택이 느는 것만은 분명하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해서 잘못되었던 일들’보다는 ‘하지 못한 일들’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택한 일에 대한 후회보다는 선택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를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단기적으로는 했던 일들을 후회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못해본 일들을 더 크게 후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가 되는 행위로 인한 괴로움이 후회가 되는 비행위로 인한 괴로움보다 더 빨리 줄어들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연초 계획 중에서 하지 못하고 미뤄왔던 일들을 나중의 후회에 대한 걱정 속에서 서둘러 본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25세에 암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의 83가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하나씩 실현해 나가고 있는 김수영씨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김수영씨의 버킷리스트에 담긴 일들은 김수영씨 자신이 살아오면서 해보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를 최소화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의 목록들을 담고 있었다.


  김수영씨의 강연을 보고나니 나도 내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싶어졌다. 그냥 막연하게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나열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안 해보면 나중에 후회가 더 클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싶었다. 그런데 리스트에 적힌 일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다. 적어 놓은 목록들을 하나둘씩 읽어 내려가다 보니 남은 평생 한 번씩이라도 해보기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버킷리스트의 목록 중 하나는 혼자 유럽으로 한 달쯤 배낭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만일 대학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제일 먼저 한 달 아니 두 달쯤 배낭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졸업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배낭여행을 못해본 게 이렇게 큰 후회로 남게 될 줄은 몰랐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대학시절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러나 좌충우돌 경험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하나둘씩 실천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외국으로 배낭여행도 다녀보고, 불같은 연애도 해보고, 많은 밤들을 하얗게 새워가며 소설도 읽어보고,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학비도 벌어보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버킷리스트의 순서를 정하기 어렵다면 세월이 흐른 뒤에 못해봐서 가장 후회될 것 같은 일부터 거꾸로 순서대로 적으면 되지 않을까.
 

심준섭 공공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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