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관람석 앞, 우리는 매일 치고받고 싸운다
  • 송민정 기자, 최아라 기자, 조동욱 기자
  • 승인 2012.11.0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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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재작년 전국대학미식축구대회 서울권(서울, 경기, 강원 포함) 우승에 빛나는 중앙대 미식축구동아리 블루드래곤. 하지만 작년 대회에서는 준결승전에서 패배의 고배를 마시며 재작년에 얻은 챔피언 타이틀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작년의 설움을 털어내기 위해 여름방학도 반납하고 그들은 전국대학미식축구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사내아이들은 치고받고 싸우며 크는 거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그들은 매일 치고받고 싸운다. 상처를 내기 위한 싸움이 아닌 땀 흘려 얻은 승리를 위해 미식축구로 말이다. 자이언츠 구장 옆 다목적관 2층이 그들의 보금자리다. 오늘도 블루드래곤 동아리방에는 승리를 위한 땀 냄새가 진동한다.

인물소개

 

미식축구 국가대표 출신 강성배 주장

강성배씨는 조금 특별한 이력을 가졌다. 미식축구 국가대표 출신이기 때문이다. 20살 때 미식축구 국가대표선수가 된 그는 나이 많은 형들에게 이름으로 불리기보다는 “막내야~”로 통했다, 국가대표 막내였던 그가 블루드래곤에서는 타고난 실력과 추진력으로 블루드래곤 주장의 자리를 꿰찼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블루드래곤에 몸담은 그는 타고난 실력과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성실함으로 블루드래곤의 든든한 기둥이다.
현재 학군단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졸업 후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블루드래곤에서 있는 마지막 경기를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천상 선수체질로 보이는 그의 꿈은 교사다. 전공을 살려 교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미식축구를 그만두겠다는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사회인 미식축구팀에 들어가 미식축구선수 생활을 이어간다고 한다. 조만간 사방에서 들어온 사회인 미식축구팀의 스카웃제의에 골머리를 앓을지도 모른다.

 

 

미식축구 본고장에서 온 자밀

얼굴도 실력도 흡사 코치를 연상케 하는 그는 블루드래곤의 유일한 외국인 선수다. 경기 중간 선수들을 한데 모은 외국인 유학생 자밀씨.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무언 가를 그리기 바쁘다. 그것은 바로 상대팀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작전을 짜기 위함이다.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미식축구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블루드래곤 부원들 또한 익숙한 듯이 그의 설명을 듣는다. 이처럼 그는 부족한 의사소통을 해소하기 위해 손짓 발짓 써가며 팀원들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부터 8년 동안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했던 자밀의 노하우가 블루드래곤에 더해져 빛을 발했다. 교환학생 오기 전부터 본교에 직접 미식축구팀이 있냐고 확인을 했을 만큼 열정이 대단하다. 하지만 유학 후 밀려드는 향수병 때문에 힘들어 한 그에게 미식축구는 큰 도움이 되었다. 
 

 

 s#1 합숙훈련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운동장 수돗가에서 상의를 탈의한 사내들이 등목하고 있다. 계절학기 수업을 마치고 교정을 지나다니는 여학우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미식축구로 단련한 근육이 여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등목으로 잠시 땀을 식힌 선수들이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간다. 중앙대 미식축구팀이 홍익대학교 미식축구팀과 친선경기 중이다. 한쪽에서는 매니저들이 연습경기 영상을 찍고 있다. 영상은 경기 대비를 위한 중요한 자료다.
상의를 탈의한 채 운동장을 활보하는 선수들의 근육질 몸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훈련이 끝난 후에는 학교체육관에서 웨이트운동을 하며 근력을 키웠다. 매일밤 열시가 되면 동아리방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웨이트 갈 사람 나와.”
그들의 근육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이 아니다. 미식축구는 몸이 부딪히는 격렬한 운동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도 보호장치가 된다. 마냥 몸이 좋다고 만사 OK도 아니다. 마른 몸의 선수들은 태클을 피할 수 있는 순발력이 있다. 또한 몸으로 하는 훈련이 전부가 아니다. 고된 체력훈련이 끝나고 나면 작전회의에 돌입한다. 칠판에 107개의 작전을 짜고 구사하는 것 역시 미식축구팀 모두가 참여해야 할 훈련이다. 작전마다 선수들이 맡은 임무가 다르기에 그들은 총 107개의 작전을 외워야 한다. 훈련 중 주장 강성배씨(체육교육과 4)가 소리친다.
“아까 그 작전 다시 해봐.”
명령이 떨어지면 선수들은 작전에 임한다. 작전 실수다. 누가 시키기도 전에 실수한 선수가 운동장에서 푸쉬업을 시작한다.
손에 간식거리를 들고 선수들의 여자친구들이 운동장을 찾는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여자친구를 만나자 고된 훈련의 피로가 가신다. 쉬는 시간엔 학교 옥상에 올라가 온몸에 태닝오일을 바르고 태닝을 즐긴다. 친선경기를 하는 상대팀과 캔맥주를 건 족구 내기를 하기도 한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그들의 꿈은 여름처럼 뜨겁다.

 

 
   

s#2 중앙대 vs 고려대
추석 전 전국대학미식축구대회의 대진표가 정해졌다. 중앙대가 속한 조에서 익숙한 팀이 보였다. 바로 고.려.대. 올 것이 왔다. 고려대는 재작년부터 리그 우승을 다퉈온 라이벌이다. 한 달 동안의 합숙훈련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번 경기에서 승리해야 한다. 서로 터치다운을 성공하며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한다. 중앙대는 득점을 담당하는 러닝백을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가며 고려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3쿼터 중반. 패스미스가 났다. 공격권은 고려대에게 넘어갔다. 전세가 역전되자 고려대는 맹공을 퍼부었다.
승리에 취해 헹가래를 하는 고려대 옆에서 중앙대는 좌절하고 말았다. 한달 넘게 한 합숙에도 힘든 기색 한 번 없던 주장이 모래사장 위에 무릎을 꿇었다. 주장의 눈물에 다른 부원들도 하나 둘 눈시울을 붉힌다. 22:30. 중앙대의 패배였다.
전국대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훈련은 계속되었다. 공을 던지는 역할인 쿼터백의 훈련도 보충했다. 수비를 담당하는 라인은 웨이트를 통해 힘을 길렀고 터치다운을 담당하는 러닝백의 순발력도 보강했다. 고려대전의 설움은 이제 없다. 남은 건 승리뿐이다.

 

 

s#3 중앙대 vs 한림대
진영으로 향하는 선수들의 눈빛이 매섭다. 열악한 환경의 경기장에서 탈의실을 기대하는 것조차 사치다. 너나 할 것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진다. 이곳이 바로 남탕이다. 선수들은 헬스트레이너와 같은 근육을 뽐내며 보호구를 착용한다. 헬멧과 무릎 보호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낭심보호대를 걸치고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사전 준비운동은 격렬했다. 장비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운동장을 울린다.
“페이스 유지하고 장난치지 마. 아직도 연습인 줄 알아? 이제 실전이야.”
 아침부터 선수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경기가 격렬해 음식을 먹으면 구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 뭐 먹을 거 없냐?”
선수들이 허기를 호소할 때 주장이 바나나를 가져온다. 한 사람당 하나씩 할당된 바나나가 게눈 감춘 듯 없어졌다. 경기 전 최소한의 열량을 보충할 바나나를 섭취 후 연장전으로 1시간가량 지연되던 앞 경기가 끝났다. 휴식을 취하던 선수들을 다시 주장이 집합시킨다.
선수들이 전열을 갖추고 경기를 준비한다. 동전은 앞면. 한림대의 공격권이다. 하지만 한림대의 실수에 중앙대가 승기를 잡는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터치다운에 성공한다. 시작이 좋다. 기세를 잡은 중앙대는 쉬지 않고 공격을 퍼붓는다. 또다시 터치다운. 계속되는 득점으로 2쿼터가 끝나자 중앙대는 한림대를 42점 차로 앞선다. 그럼에도 주장의 표정이 좋지 않다.
“필요 없는 반칙이 너무 많아. 긴장해.”
앞선 스코어에 만족해하던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긴장한 표정이다. 미국에서 미식축구를 배워온 외국인선수 자밀(전자전기공학부)이 러닝백 선수에게 더 빠른 움직임을 주문한다.
3쿼터 중반. 3번 선수가 진통제를 찾으며 벤치로 들어온다. 보호 장갑을 벗자 손가락에서 붉은 피가 난다. 하지만 3번은 선배 선수들의 만류에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뼈만 안나갔으면 됩니다. 뼈 부러지진 않았으니까 괜찮습니다.”
3번은 붕대만 감고 경기장으로 다급히 뛰어간다. 계속되는 스코어로 4쿼터 후반 스코어는 96:0이다. 남은 시간은 17초. 100점을 넘기는 것을 경기의 목표로 한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쿼터백 선수가 육중한 선수들을 제치고 잽싸게 뛴다. 터치다운. 마지막 득점이자 승리의 득점이었다. 스코어는 102:0. 1, 2학년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경기 후반 2군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완벽한 승리였다. 경기가 끝난 뒤풀이 자리에 참석한 선배들이 심각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아무리 상대편이라도 100점은 너무했다. 상대편에 대한 매너가 없잖아.”
“같은 미식축구 선수로서 상대팀 사기를 바닥까지 내몬 건 스포츠정신이 아니야.”
기쁨에 겨워 있던 선수들이 숙연해진다.

 

 
    s#4 중앙대 vs 연세대
조별리그 2위 팀끼리 겨루는 시즌 2위 결정전. 상대는 연세대다. 전국대회 진출이 무산되어 김이 새기는 했지만 스타팅 멤버는 대부분 주전으로 구성되었다. 시즌의 마지막 경기이자 주장의 졸업경기이기 때문이다. 한림대전보다 관중도 없고 날씨도 추웠지만 선수들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경기를 준비한다.
“붙어. 저 선수 무조건 잡아.”
“나이스 트라이.”
경기가 한창일 때 한 선수가 힘겨워하며 경기장을 나온다. 그가 마크할 선수는 연세대의 외국인 선수. 심지어 그가 맡은 포지션은 상대팀의 진로를 몸으로 부딪혀 막는 라인이다. 100kg을 훌쩍 넘어 보이는 외국인이 툭 건들기만 해도 저만치 날아갈 것만 같은 체구의 그는 흔들림 없이 상대방을 마크했다.
“아 체급이 안 맞잖아.”
하지만 중앙대는 체격의 차이에도 밀리지 않는다. 러닝백의 발 빠른 움직임과 쿼터백의 정확한 패스로 터치다운을 이어나간다. 이 때 7번 주장의 태클에 연세대 선수가 넘어진다. 쓰러진 연세대 선수는 주장과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함께한 동료. 주장은 넘어진 선수에게 손을 내민다.
“미안하다. 다리는 어때?”
“야 태클 할 거면 그냥 부러뜨리지 그랬냐? 군대라도 빼게. 아파죽겠네.”
선수들의 말장난 속에 경기는 이어진다. 중앙대의 계속된 공격. 32:6. 우리의 승리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예선탈락 팀들의 번외경기가 끝났다.
“예선탈락? 내년에 다시 하면 되지 뭐.”
누구보다 탈락이 아쉬웠을 4학년 선수들이 애써 1, 2학년의 사기를 북돋는다.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 선수들에게 1, 2학년 학생들이 달려간다. 4학년 선수들의 헹가래와 함께 그들의 디데이가 끝나가고 있다.

 

경기에서 승리한 후 여자친구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CUT 내조의 여왕들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경기장을 활보한다. 한편 멀리서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주시하는 한 무리가 있다. 그 무리의 정체는 바로 미식축구 선수들의 에너지 원천인 여자친구들이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미식축구 경기가 열리면 두말하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다. 잠깐의 숨 돌릴 틈도 없이 그들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널브러진 짐을 정리한다.
 선수들과 그들은 이미 하나의 드림팀이다. 지극정성으로 내조하는 덕에 미식축구팀의 경기 또한 매번 승승장구이다. 이교은씨(간호학과3)는 “이기면 좋겠지만 그보다 모든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운동했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NG  1.
 대학 미식축구의 오랜 전통이 있다. 경기가 종료한 후 상대팀 관람석 앞으로 가 인사를 하는 것이다. 연세대와 치른 조별 2위 대학 번외경기에서는 중앙대 관람석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 관객 한명 없는 중앙대 관람석에 민망해한 것은 중앙대팀이 아니라 오히려 연세대 팀이었다. 전통을 따라 환호하며 중앙대 객석으로 뛰어간 연세대팀이 멈칫한다. 그때 취재차 중앙대 관람석에 앉아있던 여기자를 발견한 연세대팀이 .여기자의 카메라 앞에서 상의를 탈의한 세레머니를 보였고, 여기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여기자는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NG 2.
 작년부터 블루드래곤의 경기 징크스가 있다. 바로 주장 강성배씨의 여자친구가 경기장에 응원만 오면 경기에서 패배하는 것이다. 여자친구를 오지말라고 할 수도 없고, 징크스가 깨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 선수와 남자친구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해는 그 징크스가 깨졌다. 그의 여자친구가 오지 않았음에도 고대전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징크스가 깨지는 데 큰 몫한 강성배씨에게 적잖은 위로를 보낸다. 블루드래곤의 징크스는 깨졌고, 그도 여자친구와 깨졌다. 
 그가 여자친구와 깨지며 블루드래곤의 징크스 영영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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