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국제화란 말은 관용어가 된지 오래다. 대한민국 인천에는 송도라는 국제도시가 떡하니 생겨났고, 얼마 전엔 대구광역시의 북구·달서구가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됐다. 이젠 과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이 낯 부끄러울 정도로 이웃나라와 손을 마주잡는 일이 당연해졌다.
중앙대도 국제화 흐름에 합류했다. 본부는 외국 대학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교환학생 및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또한 국제화 정도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지표의 결과도 좋아졌다. 최근 중앙일보 대학평가의 국제화 부문 영어강의 비율에선 1위를 기록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중앙대의 국제화 수준은 꽤 높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뭐든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은 중앙대에도 통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한 외국인 학생의 불편함에서 시작된 ‘학생식당 육류표기 문제’는 중앙대 내 국제화 수준에 대한 논쟁을 들끓게 했다. 국제화의 덩치만 커졌지 정작 그들의 사소한 불편함과 일상엔 눈과 귀를 닫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데려오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는 말만 국제화라는 오명을 씌웠다.


  지난 2일에 진행된 200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로저 콘버그 교수의 강연도 마찬가지다. 영어를 구사하는 유명 세계 석학의 강연에 통역은 없었다. 중앙대 공식 홈페이지 팝업창엔 당연하다는 듯이 ‘본 강연은 영어로 진행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중앙대가 워낙 국제화된 대학이라 본부 관계자들이 2만명에 달하는 전교생 모두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란 행복한 상상을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아쉽게도?) 결과는 아니었다. 강연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소문에 영어에 자신이 없는 대부분 학부생들은 선뜻 강연장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후문으로는 당시 강연장에 의대·약대 학생들과 대학원생으로 가득찼다는 소리가 있었다. ‘데려오면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는 이 강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6월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연의 경우 영어로 진행되는 특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화면에 자막을 띄웠다. 또한 동시 통역사를 초빙해 강연이 끝나고 진행되는 토론 시간에 영어로 발표할 수 없는 한국 학생들을 배려했다. 이로 인해 강연장에선 다른 언어를 구사함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과연 연세대 학생들이 중앙대 학생들보다 영어를 현저하게 못해서였을까? 아니다. 그것이 그들이 보여주는 국제화의 방법인 것이다.


  내실 있는 국제화를 위해선 사소한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교환학생 비율을 늘리기 보단 중앙대 내 교환학생들이 한국생활에 불편함은 없는지 물어봐야 한다. 영어강의의 비율을 늘리기 보단 재학생들이 영어강의 수강에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가장 국제화된 2012년 오늘, 중앙대는 우리만의 내실있는 국제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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