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94주년을 기념해 총학생회가 주관한 마라톤 축제 ‘달려’가 성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기자도 자전거를 타고 이 영광스러운 현장에 함께했습니다. 처음엔 학생들이 열심히 뛸까 반신반의 했습니다.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참가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남자 490명, 여자 199명 총 700여 명의 중앙대 마라토너들 모두 순위에 상관없이 마라톤이라는 중앙인의 축제를 즐겼습니다.


  출발 전 대운동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모여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에겐 분홍색, 남학생들에겐 남색 티셔츠가 배부됐습니다. 몸을 다 풀었을 때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습니다. 캠퍼스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안전을 위해 걸어서 이동하고 본격적인 레이스는 정문부터 시작됐습니다. 흑석동 상인들은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마라톤 행렬은 흑석역을 지나 ‘한강나들길’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진짜 한강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죠. 학생들을 인솔하던 경찰차와 중앙대 경비차인 푸르미도 제 할 일을 다 하고 빠져주었습니다.


  한강으로 진입하니 우왕좌왕하던 참가자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다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은 엄숙하기까지 했습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달리는 학우들도 적지 않게 보였습니다. 


  기자는 여학생들을 따라 가봤습니다. 선두에 선 여학생은 단 세 명뿐이었습니다. 반환점을 돈 선두 여학생들은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뛰던 친구들 대신 낯선 이들과 결승점까지 경쟁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이들은 꿋꿋했습니다. 세 명의 여학생들에겐 반환점을 아직 돌지 못한 학우들의 열띤 응원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자 저 멀리 결승선에선 1등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고 첫 주자의 완주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선두에 선 여학생이 마지막을 향해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33분 50초 26. 이 영광의 기록은 체육교육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나인씨의 것으로 돌아갔습니다. 


  1, 2, 3등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꼴찌를 간신히 면한 김준영씨(컴퓨터공학부 2)는 “처음부터 무리를 해 쥐가 났다”며 “그래도 완주해서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허명진씨(영어교육과 1)는 “꼴찌끼리도 견제가 있어 조금 힘들었다”고 능청스레 말하며 “친구들과 오랜만에 사진도 많이 찍고 수다도 떨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정정당당하게 마라톤 축제를 즐겼습니다. 내년에도 꼭 2회 중앙대 마라톤 대회가 개최돼 중앙인을 위한 시원한 가을 축제의 맥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