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대표자를 만나다 - 오정근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편집장

 학내 진보언론의 위기다. 학교 밖에선 ‘나는 꼼수다’로 시작된 진보열풍이 불었지만 학내에선 진보언론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2010년 ‘중앙문화 사태’라는 폭풍은 본부와 교지편집위원회(중앙문화와 녹지)가 교지대금 자율납부제와 자치기구화를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2012년 현재 중앙문화의 존립근거는 학칙에 확실하게 명시돼있지 않다. 중앙대학교 학칙 제65조엔 ‘학생단체 또는 학생의 모든 정기·부정기 간행물은 지도교수의 추천과 총장의 승인을 받아 발행하며 간행물의 편집을 위하여 지도교수를 둘 수 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이는 언론매체부에 소속돼있는 언론사에만 적용되는 학칙이다. 즉, 중앙문화를 자치기구로 명시한 학칙이 없는것이다.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의 편집장 오정근씨(사회학과 2)를 만나 중앙문화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의 편집장 오정근씨가 학내자치언론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자치기구화와 교지대금 자율납부제라는 큰 변화를 겪었는데 현재 중앙문화의 상황은 어떤가.
  “2011년부터 중앙문화는 언론매체부에서 분리되어 독립적 자치기구로 활동하고 있다. 자치기구가 된 후엔 검열을 받지 않아도 돼서 보다 많은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치기구화된 중앙문화의 지위가 학칙에 명시돼 있지 않아 불안정한 상황이다.”
 

  -학칙에 중앙문화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건가.
  “현재 중앙문화는 학칙에 존립근거가 없는 기구다. 『중앙문화』라는 교지와 그것을 만드는 학생들은 있지만 학칙에 중앙문화라는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학칙에 중앙문화의 지위가 명시돼 있지 않으면 학교에 대한 비판적 논조를 두고 재탄압할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해 총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중앙문화를 교지로 인정해줄 것을 약속받았지만 아직까지 학칙은 개정되지 않았다. 녹지와 함께 시행세칙을 만들어 본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본부에선 ‘총장님과 약속을 했는데 굳이 학칙 개정을 해야 하느냐’고 말하지만 자유로운 편집권을 보호받기 위해선 필요한 절차다. 지난해 등록금 고지서에 교지비 고지서가 누락되어 예산집행에 차질이 빚어진 적도 있는데, 중앙문화가 학칙에 명시되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교지대금 대납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라도 학칙 개정은 필요하다.”
 

  -교지대금 자율납부제 실시로 예산 편성에 어려움은 없나.
  “자율납부제로 교지대금이 일정하지 않게 들어온다. 그 전엔 한 학기에 1,500만 원정도의 예산이 확정되어 평균 5,500부를 발간했지만 지금은 예산이 적게 들어오면 4,000부정도 밖에 발간하지 못한다. 게다가 1학기엔 신입생들이 교지비를 많이 내지만 2학기엔 그렇지 않은 경향이 있어 1학기와 2학기의 예산 편차가 크다. 그래서 이월금이 없으면 다음 학기 교지를 발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학우들이 자율적으로 교지비를 납부하니 오히려 책임감을 더 강하게 느끼고 있고, 글을 쓰는데 신중해진 면도 있다.”
 

  -중앙문화가 학내 여론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언론이 구성원 전체를 대변해야 한다는 생각은 언론의 성격을 잘못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학내 모든 구성원들의 생각을 싣는 것은 기계적 중립주의라고 생각한다. 또한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학우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진보성을 포기하는 것은 중앙문화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권력구조에서 소외되는 약자의 입장을 지나칠 수는 없다. 언론이라면 확실한 편집기조를 갖고 문제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문화 독자층이 한정돼 있다. 넓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진보성을 유지하면서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영경제대와 공대, 자연대, 의약학계열 학생들은 중앙문화를 많이 읽지 않는 것 같다. 중앙문화가 인문·사회과학의 개념을 많이 쓰기 때문인 듯싶다. 그래서 학우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쉽고 재밌는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취재는 없고 비평만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학교에서 배포한 자료나 학교 공지사항을 통해 취재를 한다. 지금까지 본부를 직접적으로 취재해야 할만한 상황을 겪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본부는 우리를 문화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를 언론이 아닌 학생으로 대하고 있어서 취재를 시도해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욱 학칙 개정이 중요하다. 학칙에 중앙문화가 자치언론기구로 명시되면 본부를 취재하는 것도 용이해질 것이다.”
 

  -학교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비효율적이고 진보적인 것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가 된 것 같다. 진보언론은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를 비판하고 이로써 권력관계에 균열을 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침묵하고 있다면 언론으로서 책임감이 없는 것이다. 권력관계 안에서 희생당하는 약자를 묵시할 수 없다. 대외적인 발전에 있어서도 그것이 정말 중요한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진보적 목소리가 학교발전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목소리를 내는 기구가 있어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내자치언론사업 지원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이번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가.
  “학내 언론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학내 언론이 언론매체부에 속해있는 4개 언론사와 『중앙문화』, 『녹지』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학우들을 위해 계획했다. 『중앙문화』는 학우들의 지원으로 발간되니 학우들의 돈을 환원한다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학우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치언론들이 경제적인 한계를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언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은 금액이나마 지원할 예정이다.”
 

  -중앙문화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모든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더 나은 중앙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의혈과 함께하는 진보언론’이 편집기조다. 의혈은 중앙대 학생을 상징한다. 즉, 중앙문화는 학우들의 책이다. 학우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비판도 해줬으면 좋겠다. 우린 대신 글을 쓰는 것일 뿐 진정한 주인은 학우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앙문화에 무슨 일이 있었나

  중앙문화는 지난 3년간 계속된 본부와의 대립과 마찰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발단은 2009년 11월 『중앙문화』제 58호에 실린 박범훈 전 총장을 비판하는 만화였다. 본부는 해당 만화가 총장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배포된 교지를 강제로 회수했고 <중앙문화>에 지급하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후 교지편집위원회가 반발하자 본부는 교지대금 자율납부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앙문화는 “예산 편성은 학생들이 자율 납부한 교지대금으로 하면서도 언론매체부장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는 방식이다”며 거부했다. 결국 2010년 여름, 교지편집위는 교지를 자치기구화 한다는 조건으로 자율납부제에 합의를 하고 제59호를 발간했다. 이후 2011년, 본부가 학생들에게 교지대금 고지를 하지 않아 <중앙문화>의 예산 편성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했지만, 현재 교지대금 문제는 안정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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