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인의 밥심은 내가 책임진다
  • 김순영 기자
  • 승인 2012.10.0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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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 학생식당 알바생 곽요박씨

▲ 곽요박씨가 학생들이 먹을 수프를 담고 있다.

“N chfn le ma?(니 치판 러 마?)” 잠깐, 발끈할 필요는 없다. 욕과 발음이 비슷해 친구에게 장난을 칠 때 써먹던 이 말은 실제로 중국인들이 ‘밥 먹었냐’는 의미로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직”이라면 학생식당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본토 발음으로 이 말을 들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학생식당에 가면 중국인 알바생들이 배고픈 학생들을 맞이한다. 겉모습은 한국학생과 다르지 않지만 중국인이라고 하니 그들의 생활은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여러 명의 알바생 중 소림사로 유명한 하남(河南)에서 왔다는 중국인 유학생 곽요박씨(경영학부 2)에게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곽요박씨의 첫 인사는 ‘니하오’가 아니었다.
6개월 전, 서울캠 학생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던 유학생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이 일은 생각보다 좋았다. 홍대 앞 치킨가게에서 닭을 튀기는 일도 해보고 고깃집에서도 일을 해봤지만 이곳만큼 그녀에게 딱 맞는 곳은 없었다. 배식하는 일은 한국말이 다소 서툴러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젠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이모라 부를 정도로 아주머니들과도 친해졌다.

“처음 일을 할 땐 서 있는 것도 매우 힘들었어요.” 밥은 또 어찌나 무겁고 잘 퍼지지 않는지 두시간동안 밥을 푸고 나면 팔이 여간 쑤시는 게 아니었다. 그런 어려움들은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 괜찮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불만 하나가 있다. 바로 촌스러운 두건이다. 위생 때문에 쓰는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주황색 유니폼과 세트인 검은색 두건은 도통 맘에 들지 않는다. 친구들이 두건을 쓴 자신의 모습을 볼까봐 신경도 쓰인다.
같은 유학생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도 그에게는 ‘외국인’이다. 잊지 못할 아랍계 유학생들과의 당황스러웠던 사건이 떠올랐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던 점심시간, 그날의 반찬은 제육볶음이었다. 3명의 아랍계 학생들이 들어오더니 “Is this a pork?”라고 물었다. “……” 순간 정적이 흘렀고 머릿속은 백지로 변했다. 계속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던 그 학생들의 말을 알아들은 것은 몇 분 뒤. 10년 같았던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그는 힘없이 “Pig”라고 답했다. 아랍계 학생들은 놀라며 학생식당을 나섰지만 잠깐 사이 배식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길어지고 말았다. 작은 소동을 겪은 후 그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밀물과 썰물처럼 학생들이 몰려왔다 나가는 것을 보면서 일을 하고 나니 어느새 마감시간인 2시 반이 되었다. 퇴근 후 옷을 갈아입으면 그도 영락없는 평범한 여대생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매일 밥을 받으면서도 중국인 알바생을 모른척했다면 이젠 “씨에 씨에(고맙습니다)”라고 해보는 건 어떨까. 그들은 알바생이기 전에 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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