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쓸 수 있을까?” 
 
 매주 기자들이 가져오는 기사거리를 지면에 실을 수 있을지 판단할 때 마다 하는 고민입니다. 단순 홍보나 정보전달 기사가 아닌 기자가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발굴기사를 늘려보자는 주문에 후배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기사거리를 가져오곤 합니다. 
 
 굵직한 정치 스캔들이나 국제적 사건을 주로 다루는 일간지에 제 눈이 익숙해진 탓일까요. 발로 뛰며 기사거리를 가져온 후배 기자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가끔은 올라온 기사거리가 너무 사소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학내에 벌레가 많아졌다거나 어떤 건물의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다는 등의 일상적이고 작은 문제제기가 대부분입니다. 
 
 작은 불편함을 기사로 작성하기 위해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취재원들에게 볼멘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잦습니다. “도대체 이런 것까지 기사로 써야 하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앞으로 개선할테니 기사로 싣는건 자제해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받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다시금 “이것도 쓸 수 있을까?”하며 망설이게 됩니다. 괜시리 조그만 일로 다른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기사로 쓴다고 해서 학생들의 생활이 크게 바뀔 것 같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발굴기사들이 지면화 되곤 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중앙대 구성원들에게 불편한 점이라면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보도된 기사들은 대부분 학사 운영이나 제도 개선에 즉각 반영되곤 했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입장에선 뿌듯한 일입니다. 물론 싫은 소리를 들어가며 이곳저곳 들쑤시고 돌아다니는 수고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고민은 이번주에도 이어졌습니다. 중앙인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보게 된 글이 발단이었습니다. 학생식당 메뉴에 육류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이슬람교나 힌두교를 믿는 유학생들이 특정 육류를 먹지 못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결국 취재를 통해 지면에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조사한 대학들 중 몇몇 곳은 이미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영문 표기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경희대의 경우 고기를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채식 코너를 운영하는 등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매번 대학평가에서 중앙대를 저 멀리 앞서가는 경희대를 바라보며 ‘입학 점수도 비슷한데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하는 의문을 제기하곤 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이유를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90년대 말 삼성전자에서 제작한 광고에 삽입된 문구입니다. 지금까지도 명언처럼 회자되는 이 문구는 당시 삼성전자가 추구하던 개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었습니다. 작은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덕분에 지금의 삼성전자는 일본기업에 치이던 과거를 잊고 전자제품 1위라는 왕좌를 견고하게 지키는 국제적인 기업이 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온갖 ‘혁신’이 대학에 요구되고 있습니다. 쉴틈없이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기 위해 달리다 보면 자칫 사소한 부분은 대충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아직 그런 것 까지 신경쓰긴 어렵다’고 말하기 보단 누가 말하지 않아도 먼저 작은 것부터 챙기는 중앙대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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