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실 자율권, 이불과 함께 사라지다
  • 우마루내 기자
  • 승인 2012.10.06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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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동아리연합회 비대위원장

  가을 공연을 앞두고 여느 때처럼 연습을 하기 위해 동아리방에 들른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항상 같은 자리에 놓여있던 침구류 일체가 없어진 것이다. 하루아침에 불시 검문을 당한 학생들은 반발심보다 허탈함이 먼저 들었다. 학생지원처가 동아리방 내 발화물질 보관 금지·학관 전체 금연과 음주 금지·실내 취침 금지·침구류 보관 금지 등의 지침을 발표한 지 몇 주가 지났다. 지침에 따라 침구류 압수 등 몇몇 사항들이 집행되고 있는 지금 학생지원처와 동아리연합회는 대자보를 번갈아 붙이며 의견 조율에 바쁘다. 71개의 정동아리를 대표해 의견 표명 중인 조영진 동아리연합회 비대위원장(전자전기공학부 3)을 만나봤다.

 

-학생지원처가 마련한 동아리 이용규정 지침을 맨 처음 알린 것이 동아리연합회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학생지원처 측에서 입장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던 우리는 학생지원처 측의 부탁대로 동아리 이용규정을 알리는 대자보를 붙였다.”


-지침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붙인 건가.
“아니다. 대자보 아래에도 명시돼 있듯 그건 학생지원처 측의 입장일 뿐이다. 대자보를 붙인 건 동아리방 이용에 관련한 지침 안내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자보가 붙은 이후 학생들의 반발이 심했다.
“단순히 주의를 주는 정도로 그칠 줄 알았다. 하지만 규제가 실제로 집행돼 동아리방 이용에 제재가 가해지고 나서야 심각성을 알았다. 그 후로 동아리연합회에서는 가까이 잡혀 있던 정기회의 안건으로 학생지원처의 대자보 건을 올렸고 회의를 통해 우리 입장을 표명한 대자보를 만들었다.”


-이용지침이 발표된 이후 실제로 규제가 어떻게 이루어졌나.
“동아리방이 있는 학생회관을 관리하는 학생지원처 직원이 실제로 방호원아저씨의 열쇠를 들고 돌아다녔다. 침구류와 화기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없어지곤 했다. 몇몇 학생들은 ‘털렸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하지만 학생지원처 측이 말한 화재 등의 위험성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도 화재 위험에 대해 인정한다. 학생회관 내 금연을 추진하는 것도 맞다. 건물이 워낙 낡았고 여러 동아리가 모두 모여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회관 내 취침 금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 학생지원처에서 예로 든 성폭력 유발이나 위생 문제 그리고 학교 이미지 훼손 우려 등은 합의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침구류 주간사용을 금지하고 박스나 옷장을 이용한 위생적인 관리를 하며 취침을 하게 될 경우 방호원아저씨께 취침서류를 제출해서 방호원아저씨가 쉽게 관리할 수 있게 하자는 쪽으로 조율이 돼가고 있다.”


-동아리 구성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단 동아리는 학생들의 자율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침해당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상황을 잘 모르는 일부 학생들은 동아리연합회에 와서 ‘왜 멋대로 들어와 이불을 가져갔느냐’며 따기기도 했다. 한 학생은 ‘수학여행 때 소지품 검사를 받는 기분이다’라며 ‘우리는 대학생이지 고등학생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는 동아리를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동아리를 통해서 조직과 관계 등 많은 것을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교 측의 지나친 제재가 안타깝다.”


-소속된 동아리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도 쉽진 않을 텐데.
“동아리연합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71개나 되는 정동아리들을 전부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과제도를 도입해서 분과장을 선출해 관리하는 체제로 가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다. 공연·전시준비에 정신이 없는 동아리들이 단합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많은 동아리들이 의견을 모으게 됐다. 얼마 전에 붙인 대자보 또한 분과장회의를 거쳐 나온 것이다. 앞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 같은데 전보다 더 잘 뭉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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