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 열리는 대통령 선거는 전 국민의 시선을 정치로 향하게 하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한 것이다. 정치는 우리의 삶, 나아가 공동체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행위이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중앙대의 정치는 안녕하신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달 25일, 일만 이천 의혈 학우들의 최고 의결기구인 전학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어김없이’ 성사되지 못했다. 2007년 이후로 5년째 계속되는 전학대회 무산이 이제는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학생대표자로서 슬프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기존의 전학대회가 성사된 이후에 회의가 장시간 계속되면서 대표자들이 이탈하여 중간에 무산되는 형태였다면, 이번 전학대회는 애초에 성사조차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계속된 전학대회 파행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에는 계속해서 지적되어 왔던 학생대표자들의 책임감 부족과 제도적 문제와는 조금은 다른 문제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바로 ‘쟁점 없는’ 전학대회가 전학대회의 파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앙대에는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구조조정의 문제, 생색내기식 등록금 인하로 인한 콩나물시루 강의실의 문제, 동아리실 사용지침 등 학생자치 전반에 대한 침해들. 하지만 그에 반해 학생들의 최고의결기구인 전학대회의 안건들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번 전학대회의 논의안건 역시도 달랑 교육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서 채택 하나만이 전부였다. 실질적으로 중앙대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 성명서 한 장의 채택에 학생 대표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내의 다양한 사안들을 해결하려는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전학대회에 참가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중앙대에서는 정치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며 ‘비정치적’ 학생회를 표방하는 학생회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실제로 그 간 학교 밖의 거대담론에만 치우친 학생회의 모습에 많은 학우가 불만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비정치적’ 학생회 역시도 결국은 똑같이 학생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이벤트성 사업들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비정치적’이라는 말은 학생들의 권리가 빼앗기고 있는데도 침묵하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선거라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 당선된 학생회라면 당연히 다시금 학생사회의 ‘정치’와 ‘자치’를 통해 학생들의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 학교 밖의 정당에 나가서 정치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들의 의결기구인 전학대회에서부터 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쟁점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쟁점없는 전학대회가 계속될 경우 학우들의 소중한 권리는 계속해서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박준성 사회대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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