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이다. 유난히도 따스했던(?) 여름이 지난 후의 선선한 가을이라서 날씨의 고마움이 더해지는 것 같다. 캠퍼스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지금 학생들의 표정과 모습은 내가 25년 전 중앙대 부임했을 때 학생들의 그것과는 별 차이가 없다. 얼굴 표정들이 밝고,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학생들은 바뀌어도 대학생들의 평균적인 연령은 변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그 때는 나도 젊어서인지 학생들의 젊음이 그다지 부럽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특히 개인적으로 체력이 중요하다고 느끼면서 학생들의 젊음이 무척 부럽다.

  젊음 그 자체는 체력이란 말을 뛰어넘는다. 그만큼 건강하고 힘이 넘친다는 의미와 무한한 도전과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다고 해서 나이가 들어서까지 마냥 건강하고 체력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나의 경우이다. 대학생 때 나 역시 젊음을 믿고 있었고 그나마 건강과 체력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3학년 때 ROTC 후보생이 되어서이다. 자발적이 아니었지만 체력단련이 2년간 지속되고 또 군입대 후 훈련 등으로 체력단련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장기간 유학생활을 할 때도 그 때의 체력단련 덕분이라고 스스로 느끼기도 하였다.

  대학 동기이자 ROTC 동기인 건설회사 사장을 맡고 있는 친구도 체력의 중요함을 느낀다고했다. 건설회사이어서 공사현장이 아침 일찍 오전 7시면 시작되니 본사에 임원진들은 7시면 출근해야 된다고 한다. 그러니 사장은 7시 회의 또는 모임을 위해 6시 30분에 도착해야 하고 결국 오전 5시에 기상해야 하루 일과가 무리 없이 진행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회사 퇴근이 오후 6시면 제시간에 퇴근하는 형편도 아니고, 이런저런 행사로 일주일에 4, 5회 저녁식사 모임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새삼스럽게 건강이 생각나고, 체력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했다. 실력, 능력보다 체력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건축학부 동문회장을 맡으셨던 분도 건설회사 사장으로서 앞에 소개한 경우와 별다를 바 없다. 이 분의 경우는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새벽 4시에 기상하여 체력단련을 위해 반드시 헬스클럽을 찾은 후 회사에 일찍 출근한다고 했다. CEO가 일찍 가서 회사본부, 공사현장을 직접 관장해야 효율이 좋다고 한다.
지금도 농구, 축구경기의 환호소리가 연구실로 가끔씩 들려온다. 꿈 많고 도전해야 할 일도 많은 우리 학생들이 젊음만을 믿고 자신의 실력에는 건강과 체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상당 부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CEO는 될 수 없지만 졸업 후 어딘가에서 주요 역할을 하기 위하여 필수요건인 체력은 한꺼번에 줍는 것이 아니고 차근차근 꾸준히 쌓아가는 것임을 공감하자. 그리고 훗날을 위하여 실천하자.

이명재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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