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RNA를 연구 중인 현서강 교수. 구슬기자

  옛날 어느 작은 왕국에 엄지손톱만한 키를 가진 작고 귀여운 공주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키 때문에 두꺼비에게 잡아먹힐 뻔 했던 적도 있고,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일도 아주 어려웠다. 어렸을 적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이 이야기는 안데르센의 동화 ‘엄지공주’의 일부다. 만약 엄지공주가 몸의 생장에 관여하는 유전자 연구를 진행 중인 중앙대 현서강 교수(생명과학부)를 만났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현서강 교수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 석사를 끝낸 후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10년 임용 이후 그는 현재 유전자 발현조절 및 동물의 발생과 생리학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RNA는 DNA가 가진 유전정보를 이용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화합물이다. DNA를 통해 만들어진 RNA는 단백질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을 통해 합성된 단백질은 생물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그는 RNA 중에서도 마이크로 RNA의 원리와 작동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과거에는 DNA에서 RNA로의 전환과정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RNA에서 단백질로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서강 교수는 “RNA의 한 종류인 마이크로 RNA를 분석 중인데 마이크로 RNA는 단백질로 직접 변하지 않는 RNA이다”며 “단백질로 변하는 RNA에 붙어 단백질 형성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RNA의 응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마이크로 RNA가 사람들의 질병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관련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 RNA의 잘못된 발현으로 암(cancer)이 발병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RNA 연구가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현서강 교수는 마이크로 RNA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사람의 세포 및 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최근엔 초파리를 가지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초파리의 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될수록 성장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성호르몬이 특정 마이크로 RNA의 생성을 억제시켜 초파리의 생장이 느려지는 것이다.


  사람은 초파리보다 더 복잡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연구가 성조숙증과 같은 성장장애 치료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서강 교수의 연구는 생명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유전자와 발생(Genes and Development)'에 게재되기도 했다.


  연구실적은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아직 연구지원은 초라한 편이다. 그가 연구실을 꾸린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연구실을 마련하기 전에는 모교인 서울대를 오가며 실험을 진행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연구실이 생겼지만 그 다음으로 연구 인력이 문제가 됐다.


   중앙대에서 연구를 시작한지 2년째지만 아직 그의 연구실엔 연구를 함께하는 학생이 한 명 뿐이다.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관련 분야의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대신 의·약학전문대학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 경력이 길지 않아 그의 연구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진과학자들은 연구 지원금 받기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초기자본만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지만 연구 실적에 바탕을 두고 지원금이 분배되기 때문에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서강 교수는 어려운 연구 환경이 오히려 자신을 더 단련시켰노라 얘기한다. 그는 “과학계 안에서도 응용분야에 따라 연구지원이 달라지는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한다”며 “아직 임용 2년차기 때문에 어려운 연구 상황 속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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