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자의 구조분석에 대해 설명중인 옥강민 교수. 구슬 기자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흔히 예술가들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과학자들에게도 창작의 고통은 존재한다. 물질과 물질을 반응시켜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내는 것. 유(有)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합성’이라 불리는 이 과정에서 느낀 발견의 기쁨과 성취감 하나로 창작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이 있다. 바로 중앙대 화학과의 옥강민 교수다.


옥강민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석사를 취득, 미국의 휴스턴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구원 생활을 했다. 이후 영국의 옥스퍼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다 2007년 중앙대에 임용됐다. 그는 화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무기화학을 전공하며 주로 ‘합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합성은 광통신, 메모리, 센서와 같은 것들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재료물질을 제공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옥강민 교수는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한 금속유기골격화합물(이하 MOFs)을 개발하고 있다. MOFs는 환경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옥강민 교수는 “골격구조를 가지고 있는 MOFs는 공간이 많아 에너지를 축적하기 용이하다”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공해물질이나 방사선과 같은 유해물질뿐 아니라 공해가 없는 기체를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앙대에는 화학과와 학문적 연관성이 깊은 화학신소재공학부가 있다. 화학과는 자연과학의 학문분야로써 이론이나 기초지식을 주로 연구한다. 반면 화학신소재공학부는 기초지식보다 응용을 했을 때의 공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융합학문’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두 학문 간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름뿐 아니라 연구내용도 비슷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옥강민 교수는 “학문 간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며 “그렇지만 기본과정을 배우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융합학문을 다룰 수 없다”고 기초학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오랜 연구원 생활을 지낸 경력 때문인지 첫 만남에서 옥강민 교수는 ‘학자’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겼다. 그러나 이내 소탈하게 웃음 지으며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말하는 모습에서 ‘교육자’의 면모를 보았다.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도 학생들이 향후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었을 때 혼자서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서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화학과 학생들에게 가지는 애정이 때로는 상처가 되어 돌아올 때도 있다. 화학과의 경우 학부 2년이 지나면 약학전문대학원으로의 편입기회가 주어지고, 졸업 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중간에 학생들이 많이 빠지는 편이다. 그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당장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보다 이렇게 함께 연구하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날 때 찾아왔다.


그래서일까. 옥강민 교수는 학생들에게 늘 “설렁탕 대신 곰탕을 끓여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완전히 우려내고 고와낸 곰탕을 끓이기 위해서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일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연구실에도 자주 놀러오고 상담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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