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 줘” 한창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행어인 걸 잘 알 것이다. 정말 재밌는 것 같다. 하지만 맞장구치며 웃을 수 없었다. 정 여사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아울렛 여성복 층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매장이 한가하던 날 몸매가 마네킹인 고객이 매장 안으로 걸어왔다. 인사를 하고 옷을 고르는 것을 도왔다. 그 마네킹 고객은 봄 신상품 티셔츠를 하나 고르더니 입어 봐도 되느냐고 물어보자 난 탈의실으로 안내했다. 그 사이 매장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리저리 헤매다 주위를 살펴보니 매니저님은 언제 돌아오셨는지 마네킹 손님에게 예쁘다 스킬을 시전하고 있었다. 안심하고 손님 접대를 하는데 잠시 후 매니저님이 허둥지둥 카운터와 탈의실을 살폈다. 마네킹 고객이 입고 왔던 갈색 니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함께 매장 곳곳을 살펴보았지만, 옷은 찾을 수 없었다. 갑자기 마네킹 고객이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다. 3층 대리님이 불려 왔다. “그 옷을 죽은 전 남자친구가 선물한 것”이라며 목 놓아 울 뿐이었다. ‘보상하겠다.’고도 했지만 “죽은 애인에게 받을 걸 어떻게 보상할 거냐”며 다시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그리고 곧 매장으로 마네킹 고객이 부른 친언니가 왔고 그 언니는 엄마까지 소환했다. 세 모녀의 목소리가 아울렛 3층을 가득 메웠다. 2시간 동안 그들은 매장 안에서 울음과 분노의 파티를 열었다. 결국, 그들은 티와 정신적 피해 보상이라는 명목의 80만원 가격을 던져두고 떠났다.‘죽은 애인이 사준 티셔츠’를 목 놓아 부르짖으며. 그 티셔츠의 행방은 아직도 알 수 없다. 정말 그 티셔츠가 애인의 마지막 선물이었는지 아니면 미끼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일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아 비슷한 상황에선 심장이 요동을 쳐댄다. 혹시 당신도 필요를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처절하게 짓밟는 건 아닌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모두 편의를 위해 일하시는 그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하자는 것을 과제로 내며 이 글을 마친다.

박진선 학생 (연극전공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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