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이 코앞이다 2학기에 지각은 없다
  • 최아라, 송민정 기자
  • 승인 2012.09.0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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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숙사 입관날

▲ 기숙사 입관을 앞둔 학생들과 가족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프롤로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부모님의 잔소리와도 안녕이다. 지난날 입관 패자의 설움을 던져버릴 절호의 찬스. 8월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된 기숙사 입관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설렘을 안고 기숙사로 향한다. 제발 히스테리 부리는 룸메이트만은 아니길 기도하며 파이팅 넘치는 학생들을 통해 기숙사 입관 풍경을 들여다 보자.

S#1 기숙사 입구
“차 온다. 준비해.”
‘안내’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알바생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차에서 내린 입관생은 어마어마한 짐을 꺼내기 시작한다. 혼자서는 역부족이다. 이를 알아차린 알바생이 빠른 손놀림으로 카트를 내민다. 또 한 건 했다.
전방 5미터 앞. 후광을 뿜으며 한 여학생이 걸어온다. 가녀린 저 여학생에겐 그들이 필요하다. 한눈에 보아도 꽤나 무거워 보이는 짐이 양손에 들려 있다.
여학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짐을 실은 자에겐 여학생과 엘리베이터 앞까지 함께할 수 있는 동행권이 주어진다. 남학생에겐 미적지근했던 신체 반응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자칫 방심하면 적들에게 기회를 빼앗긴다. 바퀴가 잘 굴러가는 튼튼한 카트를 골랐다면 이젠 스피드 싸움이다. 발걸음은 빠르고 경쾌하되 표정만큼은 진지함을 유지해야 한다. 조심스레 카트를 내밀며 묻는다.
“카트 좀 밀어드릴까요?”
대답은 흔쾌히 YES. 기회를 얻은 알바생은 동료의 시선을 회피한 채 카트를 밀기 시작한다. 한쪽에선 부러움의 눈빛이 다른 한쪽에선 따가운 시선이 오간다. 역시 직업정신은 매력적인 동기가 있어야 발휘된다.
쉬지 않고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사람 크기만 한 박스들도 줄줄이 도착해 기숙사 입관절차를 기다린다. 하루 종일 짐을 옮긴 탓에 다리에 힘이 풀린다.
힘든 그들을 위로하듯 외국인 유학생이 자선공연을 펼친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의 기타소리가 들린다. 그는 오랫동안 기타를 치며 이웃이 될 관생들을 맞이한다.

S#2 기숙사 로비
가방이 터질 듯 위태롭다. 카트가 삐걱거린다. 몇 번이고 이민을 떠날 것만 같다. 많아도 너무 많다. 이 가방의 주인공은 바로 천안에서 올라온 1학년 여학생. 지난 학기 기숙사 입관에 탈락한 경력을 가진 일명 기숙사 재수생이다. 탈락의 설움을 딛고 열심히 공부해 이번 학기 합격의 기쁨을 거머쥐었다.
“여기 관생증 하고 식권이에요.”
순식간에 입관절차가 끝나고 방으로 향한다. 들뜬 마음을 진정해보려 하지만 빨라지는 발걸음은 감출 수 없다.
미리 와 있던 룸메이트는 여학생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여학생은 어색한 웃음으로 화답한다.
“처음 입관하셨나 봐요? 식권은 몇 장 사셨어요? 1학년이라 많이 사면 남을 텐데… 그리고 아침은 꼭 밑에서 먹어요. 맛도 괜찮고 혼자 먹어도 눈치 안 보이니까 정말 좋아요. 아참 운동은 따로 나가서 하지 말고 헬스장 이용해봐요. 가장 중요한 건 익숙해지는 거예요.”
 친언니 같은 인상의 룸메이트. 사교성도 제법 있어 보인다. 앞으로 매일 밤 말동무는 걱정 없겠다.

S#3 기숙사 방 안
처음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 남학생의 방이 소란스럽다.
“전기가 왜 안 들어오지?”
입관 후 첫 번째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다. 침침한 방안에서 온 가족이 방벽을 더듬기 시작한다. 스위치를 눌러도 형광등이 켜지지 않는다. 남학생은 자세를 최대한 낮춰 바닥을 훑는다. 혹시 있을지 모를 다른 스위치를 찾기 위함이다. 그 순간 누군가 외친다.
“이거 아닌가? 호텔에 있는 거랑 똑같이 생긴 건데?”
남학생은 학부모가 가리키는 카드열쇠 꽂는 곳을 오랫동안 응시한다. 보다못한 학부모가 재빨리 관생증을 뺏어다 꽂아 넣는다. 일순간 방안이 밝아진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직감이 옳았다.
“우와. 최첨단이야!”
남학생은 모든 것이 신기한 지 이것저것 만져본다. 여학생보다 더 꼼꼼하게 책상에 앉아보고 변기물도 내려본다. 그제서야 학부모는 깨끗한 기숙사를 둘러보며 마음을 놓는다.
엄마가 청소해 준 방처럼 기숙사가 깨끗한 비결은 청결을 최우선시하는 미화원 아주머니들 덕분이다. 이외에도 방호원 아저씨, 생활조교들이 관생들의 편의를 돕는다.
“술 먹고 늦게 들어오지 말고. 밥 꼬박꼬박 챙겨먹고. 알겠지? 응?”
마지막 말을 덧붙이며 학부모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떼어본다. 혼자 남겨진 남학생은 벌써 집밥이 그리워진다.
기숙사 입관날에는 학생식당이 운영하지 않는다는 생활조교의 말에 좌절하며 학생식당에서 끓여 준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달랜다. 여전히 오지 않은 룸메이트를 기다리며 입관날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 1층 안내데스크 앞에서 여학생들이 입관 절차를 밟고 있다.

 

▲ 현관문 앞에서 자신의 이름표를 끼워 넣는 여학생.

▲ 처음 만나는 룸메이트와 수줍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택배보관소에 쌓여져 있는 수많은 택배가 주인을 기다린다.

REPLAY

“생활관 주요 규율을 어길시
 강제 퇴관될 수 있습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들어온 생활관. 퇴관규칙을 어기는 생활관 입관생들이 몇이나 되겠냐 싶겠지만 놀라운 사례가 있다.
지난 학기 안성캠퍼스 생활관에서 금기를 어긴 남녀가 발각 되었다. 옆방에서 여학생의 목소리가 나는 것을 수상히 여긴 남학생의 신고로 밝혀진 이 사건은 지난 학기 안성캠퍼스 생활관을 떠들썩하게 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층장이 방문을 열려 했지만 방 안에 있던 남학생이 문을 잠가 들어가지 못했다. 층장이 사감에게 연락을 취하는 사이 여학생은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학생 모두 생활관 입관생으로 밝혀졌다. 생활관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학생의 강제 퇴관으로 일단락되었다. 생활관 금기를 어겨가며 스릴 넘치는 사랑을 키워간 그들의 다음 행보는 알려진 바 없다. 생활관에서 못다 이룬 그들의 사랑전선에 이상기류가 없는지 의문을 던져본다. 하지만 해프닝은 한번으로 족하다. 더 이상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양한다. 오죽하면 줄리엣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겠는가.

NG
“지금 셀카라도 찍으세요.”

 생활관 입관증 발급에 앞서 기숙사 입관생들은 입관증에 넣을 사진을 스캔해서 생활관 담담자에게 보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입관생들이 미리 사진을 보내는 것을 잊어버리고 입관날 입관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많은 학생들이 행정실 구석에서 셀프카메라를 찍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그것도 여러장씩 말이다. 일부 학생들은 포토샵을 사용해 얼굴보수까지 완벽히 마치고서 셀카 입관 사진을 행정실 직원에게 전달했다. 생활관 입관증이 발급된다. 한 남학생이 셀카를 찍는 동안 다른 여학생은 입관증 발급 문의를 했다. 여학생이 입관 수칙을 전해 듣는 순간에도 남학생의 셀카찍는 소리는 오래도록 계속됐다. 찰칵. 역시 각도는 45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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