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버른에서 열린 ICHEP(국제고물리학에너지컨퍼런스)에 참석한 수백명의 과학자들이 힉스입자를 발견했다는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

<힉스입자>

글 싣는 순서

1. 표준모형 : 근원으로 가는 길 - 입자물리학과 힉스입자
2. 힉스입자의 발견과 과학적 의의
3. 발견 이후의 연구과제

게이지 대칭성만으론 입자의 질량 설명 못해
 
힉스 보존은 대칭성 깨고 입자들에 무게 부여해
 
표준모형이 올바른 이론임을 검증하는 입자
 
국제고에너지물리학컨퍼런스(Inter- national Conference on High Energy Physics), 약어로 ICHEP는 1950년 시작된 입자물리학 분야의 가장 크고 중요한 학회다. 1960년 이후 2년마다 세계 각지를 돌며 열리고 있는 이 학회는 첫 학회가 미국 로체스터에서 열렸기 때문에 로체스터 학회라고도 흔히 불렸다. 올해의 ICHEP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멜버른에서 7월 4일에 열렸는데, 학회의 개막에 맞추어 기념비적인 이벤트가 펼쳐졌다.  
 
그 이벤트는 역사상 최대의 가속기 실험인 LHC에서 충돌 실험을 수행하는 CMS와 ATLAS 팀이 2012년 상반기에 얻어진 데이터로부터 힉스 보존을 탐색한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였다. LHC가 위치한 제네바 근처의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 (CERN)의 대강당에서 열린 이 세미나는 웹을 통해 전 세계로 방송되었고, 멜버른에서는 ICHEP에 참가한 수백 명의 물리학자들이 강당에 모여서 함께 역사적인 발표를 들었다. 두 실험 팀은 각각 독립적으로 힉스 보존으로 보이는 새로운 입자를 관측했을 가능성이 99.9999%라고 보고했고, 세미나가 끝나고 CERN의 소장 롤프 호이어가 “우리가 새로운 입자를 보았다는 (observation) 것을” 선언하자,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 자연의 법칙을 생각하기 시작한 이후, 무수한 질문과 대답이 명멸하고, 인류의 지식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 던질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는 물질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현대물리학은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들과 그들의 상호작용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표현해냈는데, 이를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 (the Standard Model)이라고 부른다. 표준 모형은 빅뱅 직후부터 현재까지 중력의 효과를 제외한 우주의 거의 모든 일을 설명하는 데 기초가 되는 “거의 모든 것의 이론”이다.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근본 원리는 세 가지가 있는데, 양자론, 특수 상대성 이론, 그리고 게이지 대칭성이 그 원리다. 현대물리학의 기초인 양자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은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므로 여기서는 더 설명하지 않겠다. 세 번째 원리인 게이지 대칭성은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에서 찾아낸 원리로서 현대 물리학에서 상호작용을 묘사하는 가장 성공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세 개의 원리와 관측된 몇 가지 사실에 의해서 표준모형의 방정식이 이루어지고, 이는 지금까지 모든 기본입자들의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원리만을 가지고는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입자의 “질량”이다.
 
우리 주변의 자연 현상을 보면 빛을 제외한 모든 입자는 질량을 가져야 한다. 우주의 구조가 형성되는 데나, 원자 및 입자물리학 실험에서 나타나는 모든 실험 결과로부터 우리는 모든 기본입자가 질량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본입자의 질량은 입자가 운동하는 방식을 결정해 주고, 아인슈타인의 E=mc2 방정식에 따라 기본입자가 가지는 최소 에너지를 말해준다. 또한 약한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의 질량은 약한 핵력이 미치는 범위를 정해준다. 
 
그러면 입자가 그냥 자신의 질량을 가지면 되지 않는가? 질량을 가진다는 것이 무엇 때문에 특별한가? 표준모형이라는 이론의 구조는 여러 가지 대칭성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다. 문제는 이 대칭성의 구조에 따르면 입자들이 질량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이 질량을 가지면 앞서 말한 게이지 대칭성이 깨진다. 그래서 전자기 상호작용을 전달하는 빛은 질량이 없다. 한편 쿼크나 렙톤 같은 입자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좀 더 미묘하다. 이런 입자들을 페르미온이라 부르는데, 페르미온은 왼쪽으로 회전하는 스핀을 가진 입자와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스핀을 가진 입자의 두 개의 성분으로 되어 있다. 이 두 성분은 자기들끼리 따로따로 행동하다가 질량을 통해 연결된다. 즉 질량에 의해 왼쪽 회전 성분은 오른쪽 회전 성분으로 바뀌고, 반대의 경우도 일어난다. 그런데 표준모형에서는 왼쪽 성분만 약한 상호작용을 한다. 이렇게 왼쪽 성분과 오른쪽 성분에 물리법칙이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이 표준모형의 큰 특징이다. 그래서 질량을 통해서 왼쪽 성분과 오른쪽 성분이 서로 변환 가능하게 되면 약한 상호작용이 더 이상 맞지 않게 된다. 즉, 표준모형의 이론적 구조에 의하면 기본입자들은 질량을 가질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힉스 (Peter Higgs), 벨기에 브뤼셀 대학의 엥글레 (Francois Englert)와 브라우 (Robert Brout), 그리고 미국의 구랄니크 (Gerald Guralnik), 하겐 (C. Richard Hagen), 키블 (Tom Kibble), 이렇게 세 팀에 의해 제시되었다. 이들은 1964년에 거의 동시에, 그리고 각각 독자적으로 게이지 대칭성이 자발적이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깨지게 되면, 게이지 보존이 질량을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이 방법을 힉스 메카니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면 스핀이 0인 입자가 하나 나오게 되는데 이 입자가 바로 힉스 보존이다.  
 
미국의 스티븐 와인버그는 힉스 메카니즘을 약한 상호작용에 적용해서 표준모형의 방정식을 완성했다. 표준모형에서는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힉스 장이 우주의 상태를 결정하는데, 이 상태는 약한 상호작용의 대칭성이 깨진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약한 상호작용을 전달하는 게이지 보존이 질량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쿼크와 렙톤의 왼쪽 성분은 우주 전체에 깔린 힉스 장과 약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오른쪽 성분으로 변환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질량을 가질 수 있다. 이 결과는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세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제 LHC에서 발견된 입자가 힉스 보존이라면, 힉스 메카니즘이 자연의 근본적인 구조에서도 작용하는 원리임을 확인된 것이며, 이로서 우리는 표준모형이 올바른 이론임을 완전히 검증하고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올바른 이론이란 어딘가에 존재하는 복잡하고 심오한 진짜 이론을 이상화시킨 근사적인 이론이 아니라, 그 자체로 진짜 옳고 아주 구체적인 부분에까지 옳은 이론인 것이다. 
 
우리는 아직 우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훨씬 많다. 우리는 우주의 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우주의 에너지의 70%에 이르는 암흑에너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입자가 전부인지, 우주가 시작될 때는 다른 입자가 더 있었는지도 알 수 없고, 중력이 다른 힘들과 왜 그렇게 다른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우주와 물질에 대한 탐구를 결코 그치지 않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표준모형은 가장 중요한 이정표다. 그리고 힉스 입자의 발견은 이제부터 우리가 새로운 탐구를 해나가는 출발점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가르쳐 주는 사건이다. 
 
경상대 물리학과 이강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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