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A교수 성희롱 사건’이 해당교수의 교수직 해임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전 성 평등 상담소(현 인권센터)로 2월 중순 신고가 들어오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이 사건은 현직 교수가 10년 가까이 상습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행한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교수직 해임이라는 징계로 사건이 종결되었지만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학내에서 여성주의를 말하는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이 사건의 해결을 통한 후련함은 밋밋하기 그지없다.
 

  이번 성희롱 사건은 대학사회라는 공간이 결코 성차별과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님을 직시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교수와 제자라는 권력관계로 인해 10년 가까이 많은 학생들이 침묵해온 것도 사실이겠으나, 교수-제자 사이의 성희롱 사건은 상호 간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보다 남성-여성의 관계가 앞선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에서조차 여성은 동등한 주체가 아니라 ‘여성’으로 호명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이 ‘여성’으로 불리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성희롱 사건과 성 평등을 따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는 ‘여성’으로 호명되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젠더화된 여성과 남성은 이미 권력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완전한 주체인 인간으로 인정받기보다 여성성을 습득하고 행하는 여성으로서 그 존재를 부여받기 때문에 여성은 다른 종족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여성은 늘 스스로 충돌한다.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을 성적인 객체로 정체화 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으로서의 딜레마는 사회 어디서나, 또 언제나 발생하는 것이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여성과 남성이 많다.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그 불편함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 언어화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학내도 사회의 한 부분이기에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수업시간에서, 과방에서, 동아리방에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불편한 상황들을 맞닥뜨린다. 이번 사건과 같이 성희롱·성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이슈화되지 않더라도 여성을 객체화하는 순간들, 젠더 관계에 따라 차이를 차별로 대하는 순간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러한 순간들이 왜 불편한 것인지 알고 설명하기 위해, 혹은 당연시 여기고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 여성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이 단순히 학교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종을 울리고 당사자들 간의 문제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의 행동과 입장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학내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사건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큰 힘을 보탰던 안성캠퍼스 총여학생회의 행보를 살피며, 새삼 공석인 서울캠퍼스의 총여학생회 자리가 무겁다.  
 

  이빛나 녹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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