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삼거리. 도대체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서 바보처럼 서서 고민하게 되는 곳. 안성캠 대학로 내리에 있는 장소를 우리는 그렇게 부른다. 고깃집과 술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카페와 꽃집이 군데군데 자리한 길들은 밤낮 할 것 없이 붐빈다. 모자람 없이 들어찬 가게 중에서도 가장 많은 건 단연 편의점이다. 각각의 점포에서 일하는 다양한 학생들은 저마다의 어떠한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방학에도 내리에 남아 캠퍼스를 지키고 있는 C편의점 야간 알바생 한규원(문예창작전공 1)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기 초엔 알바 자리만 잡으면 최고인 줄 알았다. 상권 규모가 작은 안성캠에서 일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는 말을 들어온 터였다. 간신히 일자리 ‘득템’에 성공하긴 했지만 맞닥뜨린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학기가 끝나면 대부분의 안성캠 학생들이 그러듯 고향으로 떠날 거라는 생각이 깨진 건 금방이었다. 계약기간은 기본 반년 이었고 ‘6개월 계약서’는 자신을 비롯해 많은 학생을 방학에도 내리에 남아있게 한 이유가 되었다.
 

▲ 바코드를 찍고 있는 한규원 학생

  고향엔 돌아가지 못했지만 점점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취객’은 의외로 편의점 야간 알바의 묘미였다.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지만 취한 선배나 동기가 찾아와 먹을거리를 사주기 시작하면서 쏠쏠한 재미가 생겼다. “오늘은 내가 쏜다!”는 소리가 들리는 날은 평소 먹기 힘들었던 비싼 과자를 먹을 기회였다. 용돈으로 쓰라며 지폐 몇 장을 쥐여주고 가는 손님이 있는 날은 횡재한 기분이었다.
 

  재미있는 일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한번은 문을 뻥뻥 차며 들어와 다짜고짜 “머리가 왜 그따위”냐며 “패션 센스가 영 꽝이다”고 외치는 진상 손님을 맞기도 했다. 그러더니 “알바생 정신 상태가 불량하다”며 “차려, 열중쉬어”부터 “원산폭격! 각개전투!”까지 외쳤다. 잃어버린 개를 찾아달라며 들어온 손님도 있었다. 간신히 내보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잃어버린 아기를 찾아달라며 우겼다. 그럴 땐 한 시간을 일해도 종일 일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500m 거리에 10개가 넘는 편의점이 위치한 내리. 밖에서 보면 다 비슷해 보여 브랜드마크 외에는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가게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다. 바로 카운터 옆에 놓인 전화기. 자칫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위기 상황시 수화기를 들면 3분 안에 경찰이 달려오는 마법의 전화기다. 감당하기 힘든 진상 손님도 경찰 부르겠다는 소리만 하면 30초 내로 사라진다. 야간 알바생에겐 꽤 매력적인 비밀이다.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랐던 내리. 주변의 걱정이 많았지만 이젠 밤늦게 일해도 취객이든 범죄자든 무섭지 않다. 학업에 소홀해지진 않을까 하는 부모님의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 학기 학점 4점을 넘겨 장학금을 받으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는 때때로 “다음 학기에는 과탑을 할까 생각중이지만 동기 배려 차원에서 살살 가겠다”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오늘도 내리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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