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23일, 이태희 상임이사가 본관 2층 집무실에서 본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대학본부가 대학 내 기구가 수행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이라면 법인은 학교를 포함한 대학 산하 기관을 유지·경영하는 대학 경영의 핵심 중추다. 동시에 재정적 지원이라는 중요한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상임이사는 이사장의 직무를 대행하여 상시 근무하는 이사로서 박용성 이사장의 지시를 받아 대학과 부속기관을 포함하는 법인의 제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법인 교체 4주년을 맞아 대학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인 이태희 상임이사를 만나봤다.
 
-중앙대로 오시기 전 기업에 계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과 기업의 문화 차이를 많이 느끼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아직도 기업 소속입니다. 급여를 포함한 제반 비용도 모두 기업에서 받고 있지요. 대학과 기업의 문화는 많이 다릅니다. 기업은 모든 경영활동의 목표가 이윤의 극대화를 통한 사회봉사가 기본 이념이지만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통한 인재양성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업은 의사결정이 신속합니다. 중대한 의사결정은 시간과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신속한 의사결정이야말로 기업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대학에서는 빠른 결정보다는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공감대 구축을 위해 노력합니다. 결국 어떤 부분에서는 지름길보다는 안전하게 돌아가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보았습니다. ”
 
- 기업이 대학운영에 참여하며 적지 않은 오해도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 중의 하나인데, ‘이윤을 목표로 하는 대기업이 대학 경영 참여에 왜 들어왔겠느냐’며 법인 운영을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크게 잘못된 시각으로서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설사 대학 운영에서 이익이 난다고 해도 법인이 취득할 수가 없습니다. 이사장님께서도 여러 번 말씀하셨지만 두산이 중앙대 법인으로 대학 경영에 참가한 것은 오직 선대 회장님의 ‘교육을 통한 사회봉사’의 뜻 외에는 없습니다. 물론 우리 대학이 세계 명문반열에 올라설 때 두산의 이미지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있습니다.
저는 건설회사로 입문해서 건설회사에서 잔뼈가 굵어졌고 지금도 제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서울캠퍼스의 신축, 리모델링 등 각종 공사 현장을 두산건설에 맡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익이 남으면 건축주에게 되돌려 준다’는 건설 현장 초유의 계약 방식으로 두산과 계약해 성공적인 공사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이는 우리 대학의 입장만 고려된 것으로 두산건설 측에는 한편으로 면목이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안타깝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던 일은 대학에서 이 같은 사정을 알아주기는커녕 비판만 하는 일부의 지적이었습니다. ‘전입금 대고 뒤로 다 가져간다’는 비판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합니다. ‘원가’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인지, 비판을 위한 비판인지 모르겠으나 만약 그 주장대로라면 건설에 필요한 수많은 자재와 장비, 인건비 등이 공짜라는 얘기 아니겠어요? 세상에 그런 공사는 없습니다. 지금은 다 풀렸지만 당시에는 안타까움이 적지 않았지요.
2008년, 2009년 등 초기에는 기업의 문화와 너무나 다른 대학 문화로 인해 갈등도 적지는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안정되어 문화 차이로 인한 오해는 없습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지요. 지난 4년간 우리 대학이 구성원들과의 불협화음도 없지 않았으나 결국 구성원들의 협조를 통해 세계 명문대학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한 시기입니다.”

- 법인교체 이후 학과 구조조정, 본·분교 통합, 계열별 부총장제, 간호대 통합, 교수정년보장 심사강화 등 굵직한 변화가 많았습니다. 상임이사님께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딱히 한 순간을 집으라면 어렵겠지만 질문하신 그런 변화들이 결국 대다수 구성원들의 공감과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기에 매 순간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결국 우리 대학이 목표로 하고 있는 세계 명문대학 반열에 올라설 때에 가장 크고 가슴 벅찬 보람을 느끼겠지요. 수많은 이견들이 오가면서도 결국 합심하여 대학 구성원 모두가 발전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보람이라면 보람입니다.”
 
- 그동안 개혁 과정 중 소통이 부재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개혁에는 아픔이 따릅니다. 아직도 개혁의 바람이 멈춘 것은 아니나 지난 개혁 과정이 몹시 험난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쇄신과 개혁에는 절충과 양보가 없으면 원활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초기 개혁작업에 이사장님의 큰 의지가 바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개혁에 필요한 실제 계획은 대학본부와 단위조직이 서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세부 사항을 조율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가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일이지요. 법인에서도 대학과 함께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법인에선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매년 학기 초에 열리는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서 이사장님이 직접 학교의 주요한 사항 및 방향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있고, 주요 의사결정 사항들은 교무위원회, 대학운영위원회, 대학주간회의, 이사회를 통해 결정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중앙人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좀 더 폭넓고 깊이 있는 소통을 통해 우리 대학의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한 의견이라면 법인의 문은 늘 활짝 열려 있습니다.”
 
- 지난 4년여간 법인이 중앙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금액은 어느 정도 규모인지 그리고 중점 투자 분야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십시오.
“법인 교체 이후 2008학년도부터 2011학년도까지 대학과 부속기관 등에 전출한 금액은 총 1,670억원 가량입니다. 또한 금년 2012학년도에도 약 300억원 수준의 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출금으로 대학의 건축공사 등 환경개선 사업과, 장학 및 연구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 등에 중점을 두어 지원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과거에는 중앙대 부속병원에서 대학으로 전출하는 임상교수 급여 전출금이 10억 수준에 불과하였으나, 법인 교체 이후 적극적인 운영 개선과 수익 제고를 통하여 매년 약 70억원을 대학에 전출하여 재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시설공사로 법인이 이득 본다는 오해살 땐 황당하기도 해”
“각종 회의와 중앙인 커뮤니티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 적극 수렴 중”
“투명한 경영을 통한 대학 내 재정 선순환구조 확립이 목표”

 
- 구매 시스템의 개선도 성과로 꼽히고 있습니다.
“자금의 투입도 투입이지만 법인이 시행했던 중요한 개혁 중의 하나가 시스템의 개선입니다. 초기에 일부 행정부서에서 불편함이 있었지만 모든 구매 행위를 MRO를 통하도록 개편해서 무려 23.5%, 약 72억원이 절감되었고, 또 병원 지하 등을 포함한 각종 임대료의 현실화를 통해 확보된 약 30억원 이상의 이익을 전액 대학에 재투입하여 장학금 등을 늘린 것입니다. 일부에서 ‘대학의 기업화’라며 기업식 제도를 비난하기도 합니다만 기업의 효율적인 시스템은 들여오는 것이 맞고 실제 그 결과 우리 대학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 교수들의 연구 실적이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연구 환경은 타 대학에 비해 열악하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그간 업적평가 기준 강화 및 지원제도 개선, 연봉제 도입 등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고 이에 부응한 교수님들의 노력으로 연구 실적이 많이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연구실적 현황을 보면, 단순히 연구실적 상승만으로 함축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대학정보공시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국내학술지 게재 실적은 국내 대학 중 1~2위에 속하지만 국제학술지는 유감스럽게도 15위권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대학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봅니다.
 즉, 주요 경쟁 대학 대비 이공계(의학 포함)가 1/2 규모로 작기 때문에 교수님 개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학술지 게재 실적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인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연구 인프라 구축도 함께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 많은 지표들이 상승했지만 아직까지 일부 대외평가에선 만족스런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구성원들이 경쟁대학에 비해 중앙대가 저평가되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조선일보-QS 아시아 대학평가와 같은 국제화된 대학 평가 기준의 가장 큰 비중은 SCI로 대표되는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과 세계적 수준의 논문에 의해 구축된 세계적 명성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중앙대의 가장 큰 약점은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공계(의학 포함) 구조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공계를 집중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어 세계적인 명문대학이 될 수 있도록 대학 구성원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참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 지난 4년 동안 많은 개혁이 이뤄졌습니다. 그중 본·분교 통합, 학과 구조조정, 교수정년보장제 개정 등으로 중앙대 개혁의 기반은 갖춰진 셈으로 보여집니다. 앞으로의 중점 사항은 무엇입니까.
“향후 가장 큰 목표는 대학 내 재정의 선순환 구조 확립입니다. 그 이유는 아시는 바와 같이 반값 등록금, 학령 인구의 급감 등으로 등록금 이외의 대학 발전에 필요한 재정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한 사이버 교육원 설치, 단기 교육프로그램 확대, 외국인 학생 유치, 수익사업의 추진, 기부금 유치 등을 통해 대학 재정을 확충하여 재정의 건전성과 내실화를 도모할 것 입니다.
앞서 말한 선순환 구조의 확립을 위해 재정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 투명화하여 대학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입니다. 저희 법인이 무엇보다도 가장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재정 운영의 투명성입니다. 이는 올해 2월 ‘대기업 경영건전성 1위’로 동아일보 지면을 장식했던 두산의 기업철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사장님의 경영철학 역시 ‘대학다운 대학’을 위한 교육 의지와 경영의 투명성에 기인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근간으로 선순환 구조의 확립에 중점을 두게 될 것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20만 동문과 3만의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우리 대학은 동문과 구성원들의 숫자로 보면 어느 대학 못지않은 든든한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문들의 눈부신 활약에 비해 모교사랑을 위한 기부금 등이 아쉽게도 경쟁 대학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이사장님께서 늘 강조하시듯 ‘대학은 동문의 힘으로 성장’합니다. 과거 명문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지금, 우리 동문들의 더 많은 사랑이 절실합니다. 법인은 어느 대학보다 투명한 경영으로 그 역할에 충실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만 동문들과 3만의 구성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8년에 세계적인 명문 반열에 우뚝 올라설 수 있도록 아낌없는 모교사랑의 열정을 보태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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