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생명공학과 4

몇 주 전, 안성캠 원형관 3층에 셀프 복사실이 새로 생겼다. 흡연실로 이용되던 공간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넉 대의 컴퓨터와 두 대의 프린터가 구비되어 인쇄와 복사가 가능하다. 가격은 1장에 50원으로, 지키는 이는 없으며 양심껏 돈을 내고 갈 수 있게 바구니가 놓여있다. 수업 자료를 위해 1층까지 내려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획이라 사료된다. 그러나 사용에 문제가 있다.


넉 대의 컴퓨터 중 두 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하위 버전이라 중앙대 포탈 사이트에 접속이 되지 않고, 한 대는 아예 인쇄가 되지 않으며, 나머지 한 대는 고장이 나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컴퓨터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설상가상으로 한낮에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모니터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컴퓨터가 창문 아래에 놓여있는 데다가, 커튼이 없어 들어오는 햇살을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강 시간에 셀프 복사실에 한 번 더 찾아갔다. 적어도 넉 대 중 두 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상위 버전으로 업데이트 시킨다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느린 속도 때문에 시간만 잡아먹었고 결국 인쇄도 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복사실은 현재 본래의 의미를 잃고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원형관 4층에 세미나실이 생겼다. 셀프 복사실과 마찬가지로 흡연실을 개조해 만들었다. 밀폐된 공간이라 남들의 이목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기획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책상이 일렬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어 토론을 할 때 불편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층과 마찬가지로 창문에 커튼이 달려 있지 않아 햇빛이 여과 없이 실내로 들어온다. 따가운 직사광선을 온몸으로 맞으며 토론에 열중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덕분에 세미나실은 아무도 사용하는 이 없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셀프 복사실도 세미나실도 기획은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컴퓨터를 설치할 때, 세미나실에 책상을 배치할 때, 조금만 더 학생을 생각해주었다면 보다 나은 결과가 오지 않았을까. 결국 시간과 공간과 돈만 낭비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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