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 지 일 년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50일 정도 됐을 때 처음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요즘은 거의 매일 섹스를 하는 편입니다. 저희는 좀 더 섹스를 즐기기 위해 체위나 장소에 대해 평소 이야기도 많이 나눕니다. 그런데 저에게 고민이 있습니다. 삽입섹스를 했을 때 한 번도 오르가즘이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남자친구가 민망해하지 않도록 좋을 척 해줄 뿐입니다. 반면 손으로 애무할 때는 오르가즘을 느낍니다. 남자들은 보통 삽입섹스를 할 때 여자들이 오르가즘을 더 느낀다고 생각을 하는데 전 아니거든요. 왜 저는 삽입 섹스로는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할까요?  - 예술대 S

  섹스에 있어서 남자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페니스를 삽입하는 것으로 여자에게 오르가슴에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삽입섹스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자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S양처럼 남자친구가 민망하지 않게 느낀 해주는 것에 안심하고 자신은 섹스를 잘한다고 자신만만 거만해져 있는 남자들이 많죠.

오르가슴은 섹스의 부가적인 즐거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이 닿아 체온이 전해지고, 안겨 있으면서 체취를 느끼고, 서로를 만져주는 것만으로 충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치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 안 되는 것인냥 사회적으로 조장된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섹스가 뭔가 부족하다 느끼고 불만을 품게 되지요.

오르가슴의 신화에 사로잡혀 그 분은 언제 오는 걸까? 고민하기 시작하면 섹스는 의무감이 될 뿐입니다. 오히려 섹스에 집중할 수 없어 그 분은 더 멀어져만 가지요. 위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섹스를 하기 시작한 지 8년차에 접어드는데도 아직까지 삽입으로는 오르가슴을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답니다. 그간 만난 남자들의 신체적, 성적 능력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도 삽입만으로는 결코 OMG를 외칠 수 없더라구요.

주변 친구들의 오르가슴 경험담을 들으면 저 역시 S양처럼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불감증은 아닐까? 고민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불감증이라고 하기엔 섹스를 욕망하는 마음도 확실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었죠. 게다가 손이나 혀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줄 때는 분명히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폭발적인 기운이 내 몸 아래에서 끌어 올라왔죠.

불감증이라는 건 여자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남자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여자를 탓하는 단어는 아닐까요? S양은 현재 섹스를 탐험하는 중이지요. 매일 섹스를 하면서 얼마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나요? 나의 움직임과 신음소리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반응을 살피고 그를 배려하느라 정작 자신의 쾌락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요?

섹스에 대해 억압적이고 이중적인 사회에서 자란 한국 여성들은 자신이 성적 욕망을 느끼고 쾌락을 추구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오르가슴을 방해하기도 하구요.

오르가슴은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남자가 이끌어주는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스스로 성적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때 내부에서 올라오는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연애, 사랑, 성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듣습니다. 중앙인 누구든지 상담할 수 있습니다. Sdiary@cauon.net
-김현정 칼럼니스트: 현재 <일간스포츠>에 고정 칼럼을 기고 중이다. 자신의 블로그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
http://desirable-h.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f_cking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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