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돌아보다4] 한국 가계부채 대책이 필요하다
  • 중대신문
  • 승인 2012.06.0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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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를 돌아보다


한국 금융시스템의 위험요소 - 가계부채


글 싣는 순서

    - 금융 산업의 발달과 금융 자본주의의 역사
    -  2008년 금융위기의 발생경로와 특이성  
    -  한국 금융시장의 특성 
    -  한국 금융시스템의 위험요소 - 가계부채 
    -  향후 금융시장과 금융 경제 전망

▲ 주택담보 대출 절반을 차지하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다.

 

  2011년 말 우리나라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은 913조 원을 기록하여 1,000조 원 부채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가계부채가 184조 원 수준이었으므로 불과 10여 년의 기간 동안 약 400%가량 증가하였는데 같은 시기 국내총생산(GDP)이 약 150% 증가하였음을 감안한다면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를 시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가계대출이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 가장 먼저 외환위기 이후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를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자율의 하락은 현재소비에 비하여 미래소비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들어 저축감소 또는 부채증가를 가져온다. 외환위기 직후 외화 유출 방지를 위하여 한때 20% 수준까지 치솟았던 가계대출 금리는 이후 급속하게 하락하여 2000년대 전반에 걸쳐 5%~7%대에 머물렀다. 가계대출 급증의 또 다른 원인으로 은행을 위시한 금융회사의 경영원칙 변화를 들 수 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용자원의 배분에서 정책당국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던 관행이 불식되고 시장원리에 의거한 배분원칙이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그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는 수익성을 경영의 중심원칙으로 채택하였는데 수익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자율과 연체율 측면에서 가계대출이 기업대출에 비하여 우월한 상품이었으므로 금융회사의 영업이 가계대출에 집중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던 기업, 특히 대기업의 자금수요가 빠르게 위축된 것도 금융회사들이 가계 부문에 영업을 집중하도록 만든 계기로 작용하였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주택가격의 상승 또한 가계대출 증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통계적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택가격의 상승은 대체로 3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의 증가를 수반한다. 주택가격 상승 시기 상당 수 가계가 자본이득(capital gain)을 기대하고 부채를 조달하여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증가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소득 증가에 따라 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부채 부담의 적정성은 부채 규모만으로 논할 수는 없으며 상환능력과의 연관성 속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상환능력이 담보되는 부채조달은 소득과 소비의 시점 간 불일치를 조정함으로써 가계의 후생수준을 높이는 긍정적인 기제로 작용한다. 그러나 상환능력 강화가 수반되지 않는 부채 증가는 궁극적으로 부실채권의 증가로 귀결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심한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가계의 전반적인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가처분소득이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중은 2000년 63.8%, 2002년 113.3%, 2011년 155%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금융시장 환경이 비교적 유사한 OECD 국가들에 비교해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계부채 수준이 감소하는 소위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이루어졌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비록 종전에 비하여 증가속도는 느려졌으나 가계부채가 꾸준하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들에 대하여 가계부채 부담이 이미 한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가계부채의 구조에는 더욱 심각한 위험요인이 내재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절반가량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만기 일시 상환 단기대출이다.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이 대출 기간 중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지불하다가 일반적으로 3년 이하로 설정된 만기가 도래하면 차환(rollover)을 통하여 만기를 연장하게 되는데 이는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계약구조이다. 금융회사가 차환을 거부하는 경우 가계는 담보 주택을 처분하여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 이외 별다른 대안을 취할 수 없는데 다수의 담보주택이 동시에 처분되는 경우 주택시장의 기반이 붕괴하고 그로 인하여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택담보대출은 15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분할하여 상환하는 계약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유를 심각하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계부채는 규모와 구조 측면에서 우리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교란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는 점에 대하여 관련 전문가는 물론 정책담당자들 사이에 대체적인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가계부채에 내재한 위험을 적절하게 관리함으로써 금융시스템이 연착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하여 여러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가계부채 과잉의 문제는 근원적으로 저금리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므로 금리 인상 없이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담보가치에만 의지하여 대출을 결정하는 잘못된 관행을 불식하고 차주의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대출을 결정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회사의 대출관행이 바림직한 방향으로 개선될 때까지 담보가치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근간으로 하는 현재의 규제 체제를 굳건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더하여 가계 스스로 지출구조를 합리화하여 부채를 축소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 증가는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교육비 및 통신비 등을 중심으로 지출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부채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가계가 소득 변동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지출 축소를 통하여 부채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로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신용상담사 제도를 도입하고 신용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들을 강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창균 교수(경영학부)

 

 

이영준 기자의 참고서

가계부채 위기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의 가계부채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가계부채를 줄여갔다. 하지만 한국의 가계부채는 2008년 727조 8천억 원에서 2011년 912조 9천억 원으로 200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55%를 기록하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직전의 미국(137.8%)을 능가했다.
 

  평가기관들로부터 경고를 받은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부터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담보가치비율(LTV)과 총부채상황비율(DTI) 등 규제를 통해 가계대출에 제동을 걸었다.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하도록 규제해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4월부터는 신용카드 발급 조건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당국의 규제와 주택경기침체로 인한 자금 수요 감소로 가계부채 규모는 3년 만에 감소세로 들어섰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1분기 국내 금융권 가계신용 총 잔액은 911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5300억 원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규모가 줄었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전문가들은 부채 규모는 줄었지만 질은 더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출이 위축된 반면 제2금융권 대출이 급상승했다. 은행권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저소득·저신용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20%를 웃도는 고금리의 제2금융권 신용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의 질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또한 다중채무자 증가, 300조 원대의 자영업자 대출 부실가능성 등 역시 가계대출의 전반적인 질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부터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신용정보사 등과 함께 ‘가계부채 미시분석 작업반’을 가동했다. 작업반은 가계대출 부실위험을 항목별로 평가했으며 이달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또한 가계부채 위험도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하반기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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