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Peer Review(동료평가제)다. Peer Review는 국내외 전문가에게 심사대상자의 논문, 연구실적 등을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안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이지만 심사위원 선정 기준, 평가 기준 등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동료평가, 객관적으로 이뤄질까= 중대신문은 35명의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교수정년보장제 개정에 대해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 결과 35명 중 31명이 Peer Review 도입을 반대하고 있었다. 그 중 15명이 심사의 객관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청탁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악감정이 있거나 연구방향이 다른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무처는 심사위원에게 이해상충각서를 받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심사대상자와 인척이거나 공동연구 경험, 금전 관계가 있을 경우 심사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청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악의적인 평가를 막기 위한 방안도 있다. 심사대상자는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기피자를 3명까지 적을 수 있다. 기피 사유가 인정될 경우 심사위원에서 배제된다.
 

  심사위원 자격 놓고 의견 엇갈려= 심사위원 선정 범위도 논란의 대상이다. 한국은 학계가 좁아 연구범위가 같은 심사위원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교수협의회 백승욱 학사위원장(사회학과 교수)은 “세부전공까지 들어가면 국내에 동일 전공자가 1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교무처에서는 심사위원과 심사대상자의 세부전공이 달라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논문의 내용 뿐 아니라 연구실적, 비전 등을 고루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상준 교무처장(물리학과 교수)은 “일반 논문 심사도 반드시 동일 전공자에게 심사받는 것은 아니다”며 “유사전공까지 심사위원의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협의회의 의견은 다르다. 백승욱 위원장은 “논문에 대한 질적평가를 하려면 논문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세부전공이 다르면 논문 내용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악용될 수 있다’ 우려= 본부의 개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학교에 밉보인 교원들을 잘라내기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예체능계열 A교수는 “평가 과정에서 ‘이 교수는 냉정하게 평가해줘’라는 한마디만 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교무처장은 제도가 악용될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Peer Review 시 심사위원은 점수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근거를 적어야 한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는 심사에서 탈락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한상준 교무처장은 “영화 <부러진 화살> 속 석궁사건처럼 재임용 심사 과정에서 사회적 파장이 일면 대학 이미지에도 좋을 게 없다”며 “한 사람이 밉다고 공든 탑을 무너뜨릴 바보같은 대학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중평가, 효율성 의심= Peer Review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문사회계열 B교수는 “심사 대상이 되는 논문 자체가 이미 동료평가를 거쳐 학술지에 실린 것”이라며 “이미 질적으로 평가된 논문을 또 평가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중평가라는 것이다.
 

  교무처는 같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 해도 모두 같은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한다. 훌륭한 내용이라고 인정받아 학술지에 실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최소 기준을 만족시켜 등재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논문의 내용을 평가하는 Peer Review가 중복심사는 아니라는 게 교무처의 주장이다.
 

  하지만 교수협의회는 현행 제도를 일부 손보는 것만으로도 질적평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백승욱 위원장은 “이미 심사기준에 ‘A등급 논문 몇편 이상’이라는 질적평가 기준이 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만 Peer Review를 받으면 되지 모든 교원에게 Peer Review를 받게 하는 건 소모적”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Peer Review는 올해 9월 임용대상자부터 시범 적용된다. 앞으로 1년 반 동안 시범운영과 피드백을 거쳐 2014년 전까지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한상준 처장은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본부를 신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적기준, 이미 경쟁대학 이상= 개정안에 따르면 질적심사를 도입할 뿐만 아니라 논문의 양적기준도 경쟁대학에 맞춰 강화된다. 백승욱 위원장은 “우리 학교 인문사회계열 교수님들은 전국적으로 가장 수준이 높고 이공계열 교수님들의 경우 연구 여건을 고려하면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다”며 “양적기준도 타학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고 말했다.
 

  교무처는 국제학술지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중앙대의 양적기준이 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은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학술지 등급을 나누고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한상준 교무처장은 “경쟁대학은 이미 정년심사 기준을 국제학술지 중심으로 바꿨지만 중앙대는 여전히 국내학술지 위주”라며 “국제학술지 기준으로 비교하면 경쟁대학보다 기준이 낮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승욱 위원장은 “학교의 지원 없이는 단시간 내에 많은 양의 국제학술지 논문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35명의 인터뷰 응답자 중 14명이 심사기준 강화에 앞서 연구 지원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의약학계열 C교수는 “서울대 의대 심사기준을 중앙대 방식으로 환산하면 400~ 450%면 진급할 수 있지만 중앙대 의약학계열 교수들은 600%를 넘겨야 통과된다”며 “대학원생 수도 현저하게 적고 기자재의 경우 중앙대 의대에 갖춰진 것을 다 합쳐도 서울대 의대 교수 한명이 가진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처장은 “중앙대에도 서울대 이상의 업적을 내는 교수님들이 있고, 우리와 환경이 비슷한 경희대가 QS평가는 우리보다 높다”며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 연구를 못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심사기준 강화,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학교 경쟁력 향상에 정년보장심사 강화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개인의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보다 공동 프로젝트를 장려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이다. 백승욱 위원장은 “개인을 발전시켜서 학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교수들이 협력해서 훌륭한 연구소도 만들고 연구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하는데 심사기준을 강화하면 개인 연구에만 몰두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한상준 교무처장은 “일정부분 인정한다”며 “하지만 대형 연구에 대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연구를 진행하는 교원에 대해 연구자금, 연구공간 등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심사 이전에는 개인연구에 집중하고 정년보장을 받은 이후부터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준 교무처장은 “어떤 그룹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그 구성원부터 실력을 갖춰야 한다”며 “결국 개인의 역량이 그룹의 역량이 되고 곧 대학의 역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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