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건 지루하다. 얼마 전 스페인과의 국가대표 평가전도 그랬다. 새벽 3시, 심야시간이지만 페이스북엔 한국과 스페인 국가대표 평가전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반영하듯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왔다.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시청했지만 결과는 4대1. 완패였다.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1대0으로 앞섰으나 후반 4골을 연달아 내주며 뻔한 결말로 끝맺었다. 예상했던 결과에 허무할 것도 없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난달 29일 안성캠퍼스에는 통합체육대회가 열렸다. 그 동안 단과대별로 개최하던 체육대회를 올해는 안성캠 전체로 확대시켰다. 5월 초부터 축구, 농구, 피구 등 각 단과대 예선전이 진행돼 통합체육대회가 열리는 것을 실감케 했다. 또한 치어연습으로 학생들이 밤마다 학교 곳곳에서 연습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체육대회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치어리더 경연과 농구, 피구, 축구 등 단과대 대항전, 줄다리기, 단체줄넘기 등 학과 및 동아리 대항전, OX퀴즈와 같은 개인전으로 진행됐다. 기존의 단과대 체육대회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학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그동안 안성캠은 학문단위 구조조정과 본·분교 통합 등 풍파를 겪었다. 총학생회는 신입생들을 받지 않는 학과의 경우 인원수 부족으로 체육대회 진행이 불가한 점을 감안해 통합체육대회를 개최했다. 결과야 어찌됐든 안성캠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행사들 중 하나였기 때문에 총학생회의 취지는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체육대회 당일 치러진 경기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결과가 뻔했기 때문이다. 자연대와 체육대의 축구 경기에선 전반전 자연대가 선제골로 앞서는가 싶더니 후반전 체육대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3골을 내줬다. 다른 경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치어리더 경연을 제외하곤 체육대가 단연 뛰어난 성적으로 우승했다.
  체육대가 휩쓸고 지나간 이번 체육대회가 진정한 ‘통합’체육대회였는지는 의문이 든다. 이미 예견된 결과에 학생들의 흥미는 곤두박질 친 상태였다. 적어도 체육대회에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기 위해선 공정한 경쟁을 위한 룰이 필요하다. 내년엔 총학생회가 바뀌어 올해 처음으로 시도한 통합체육대회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통합체육대회가 앞으로도 계속돼 모든 중앙인이 하나되는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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