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응 영어영문학과 교수

정년보장제도는 일정한 기간동안 신임교수의 능력을 평가한 후 그 능력이 입증될 경우 정년까지 교수의 신분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교수의 정년이 없기 때문에 종신교수보장제도(tenure)라 하며 대개 5년 정도의 검증 기간을 둔다. 한국의 대학에서는 10년 정도의 검증 기간을 둔다. 미국 대학의 교수들은 종신교수보장 심사에서 탈락하면 다른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새로 시작한다. 한국의 대학에서는 대개 정교수 승진 심사와 같은 뜻으로 인식되며 탈락할 경우 승진 시기가 늦추어지지만 그 대학에서 교수 신분이 박탈되어 해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년보장심사제도는 대학에서 꼭 필요한 제도이다. 고도의 전문직이라 할 수 있는 대학교수의 자질 심사는 신임교수 채용 시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서류 심사, 면접 심사, 시범 강의 등으로는 불충분하다. 따라서 장기간의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검증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당사자인 교수와 대학 둘 다 손해다. 정년보장을 기대하는 신임 교수로서는 정년보장 심사 기준에 맞추어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할 것이기에 연구자와 교육자로서의 창의성을 제한 받을 수 있다. 대학으로서도 검증 기간이 길어지면 손해다. 검증 기간 중에 있는 교수는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그렇지만 대학의 발전에는 필요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대학운영자의 입장에서는 정년보장제도가 효율적인 대학 경영을 방해하는 제도라고 인식될 수도 있다. 연구를 소홀히 하는 교수, 대학 평가에 도움이 안 되는 연구를 하는 교수, 대학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들을 해임시킬 수 없게 하는 제도가 정년보장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년보장제도가 없다면 대학은 대학으로서 기능할 수가 없다. 진리 추구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을 대학답게 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이며 이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가 정년보장제도이다. 어떤 정치·사회적 권력의 간섭을 받지도 않고 또 어떠한 금기를 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오직 자신의 지적 욕구에만 충실하면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수의 신분을 보장하는 제도가 정년보장제도이다.


최근 중앙대는 교수의 정년보장 제도를 변경하였다. 신임교수들은 임용된 이후 14년 정도 경과한 다음 정년보장심사를 받을 것이 예상된다. 교수로서의 재직 기간 중 반 정도의 기간은 반쪽짜리 교수로 검증 기간 중에 있게 된다는 뜻이다. 사실 중앙대에서는 신임교수 검증 기간으로 2년이라는 재임용 기간이 있다. 이 재임용 기간을 좀 늘이고 더욱 엄격한 심사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년보장심사제도라고 생각된다. 근본적으로는 신임교수 임용 과정에서 대학본부와 해당 학과가 긴밀하게 협조하고 견제하면서 임용 대상 교수의 자질을 가능한 철저하게 확인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버스는 떠났다. 손을 들어 보아도 버스는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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