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다이어리

22살의 여학생입니다. 1년 정도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사귄 지 2개월 만에 처음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 이후론 2번 정도 관계를 가졌습니다. 제 남자친구가 성욕이 없나봐요. 제 친구들은 남자친구가 귀찮을 정도로 하자고 한다는데 제 남자친구는 그런 면이 없어요. 심지어 지난 겨울방학에 1박 2일 여행을 갔는데 정말 손만 잡고 자더라구요. 저 나름대로 섭섭하기도 하고 남자친구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섹스할 때도 이 남자가 정말 나랑 섹스하고 싶구나란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제가 성적으로 매력이 없는 걸까요, 남자친구가 문제인걸까요?

-사회대 K양

 

이 사연은 ‘상담메일의 나쁜 예’로 정하겠습니다. 상담자는 점쟁이가 아니랍니다. 만나보지도 않는 사람의 성적 매력을 제멋대로 판단하고, 성욕이 없다는 이유로 한 남자를 문제라고 판결내릴 순 없지요. 현재의 상황은 객관적으로 잘 서술해 주었지만, 문제라고 여기는 진짜 이유를 파악하기는 힘이 드네요.

섹스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인지? 다른 연인들처럼 귀찮을 만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는 이유가 이제 막 봇물이 터지듯 섹스에 대한 호기심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경험치를 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참을 수 없는 것인지, K양도 섹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주변 친구들은 그렇지 않으니 그것이 비교되어서 싫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들에겐 성적 충동을 느끼면서 나한테만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는 건 아닌지 자신의 마음을 충분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충분한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상담자로서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입니다. 전문적인 연인 상담이라면 두 사람이 함께 상담을 받고 서로에게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겠지요. 이런 문제일수록 두 사람의 대화가 중요해보입니다. K양이 던져준 질문에 대해서 저는 어떤 답도 해줄 수 없는 입장이랍니다.

모든 남자가 섹스를 밝히는 건 아니랍니다. K양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단 성적인 행동에서 과한 죄책감을 느끼는 남자도 있고, 섹스 자체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남자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K양이 두 사람의 관계에 섹스의 부재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이 한다면, K양은 섹스가 사랑을 표현하고 판단하는 척도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게 만족스러울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걸 남자친구에게 전하고 그의 생각도 들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혼자 끙끙거려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요.

그 대화가 K양이 원치 않는 잔혹한 결말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듣고 싶고 원하는 답만 바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다보니 의무감으로 사귀고 있지만 섹스를 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는 최악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솔직하게 대화에 임한다면 이 문제는 두 사람이 충분히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상담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egoistyle@hanmail.net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A/S는 확실히 해드릴게요.

 

-연애, 사랑, 성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듣습니다. 중앙인 누구든지 상담할 수 있습니다. Sdiary@cauon.net

-김현정 칼럼니스트: 현재 <일간스포츠>에 고정 칼럼을 기고 중이다. 자신의 블로그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http://desirable-h.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트위터@f_ckingSpe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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