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퍼스 학생식당 슬기마루가 물가 상승과 매출 감소로 운영난을 겪자 후생복지팀은 내달 초부터 밥값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밥값을 소폭 올리고 자동판매기의 수익금 일부를 식당 운영비로 충당하면서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그러나 가격을 올린다 해도 적자 폭이 줄어들 뿐 외부 수익으로 학생식당의 적자를 충당하는 구조는 여전하기에 이번 가격인상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슬기마루는 줄곧 염가 판매 전략으로 경쟁력을 지켜왔다. 학내에서 가장 싼 값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란 점이 그동안 슬기마루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시행한 500원 인상안으로 슬기마루는 가격경쟁력을 잃게 됐다. 기숙사 식당과 동일한 선으로 가격이 책정되면서 슬기마루는 더 이상 ‘싼 값에 찾는 식당’이 아니게 된 것이다.


독보적인 가격경쟁력을 잃은 슬기마루는 음식의 질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가격이 오른 만큼 좀 더 좋은 질을 예상하고 찾아든 손님들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적자를 면하기 위해 가격을 올린 슬기마루로선 학생들의 기대를 짊어질 여유가 없어 보인다.


슬기마루는 가격대를 2500원으로 올리면서 스스로 시험대에 올라갔다. 격투기로 치면 몸무게를 불려 체급을 올린 형국이다. 그러나 가격만 높였을 뿐 음식 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경쟁 식당의 매서운 주먹에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지금의 슬기마루는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가격 인상 이후에도 원가 절감과 음식 질 향상을 위한 변화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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