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생의 속사정

▲ 지난 16일, 이명호씨가 아트센터에서 열린 정기연주회 '리더아벤트' 무대를 위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
단 10명이 오르는
정기연주회에
서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명호씨(성악과 3)의 등장은 한마디로 ‘미친 존재감’이었다.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체구를 가진 그는 카페로 들어오며 듣고 있던 mp3를 주머니에 넣었다.
-성악과 학생들은 정말 mp3에 클래식만 넣고 다니나.
“거의 성악곡만 듣는다. 성악과는 곡을 성대모사 하는 과라고도 한다. 성악곡을 듣고 완벽히 흉내를 내려면 평소 자주 듣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가요를 듣지 말라고 하는건가.
“가요와 성악은 호흡부터 다르다. 가요와 달리 우리는 온몸으로 소리를 퍼뜨린다. 가요를 듣고 따라 부르다 보면 호흡할 때 나쁜 버릇이 생길까봐 듣지 말라고 하신다.”
-성악만의 호흡이 따로 있나.
“당연히 일반적으로 숨 쉬는 것과는 다르다. 배에 힘을 주고 머리통을 울리면서 호흡한다.  그냥 몸통이 다 악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호흡이 가장 중요한거고. 레슨할 때 선생님이 가장 좋다고 하는 숨소리를 녹음해서 계속 듣고 연습하기까지 한다. 박진영이 괜히 공기 운운하는 것이 아니다.(웃음)”
-맡은 파트는 뭔가.
“테너다. 남자의 성악 파트인 테너, 바리톤, 베이스 중에 가장 높은 음역대다. 테너는 높은 고음을 내며 화려한 기교를 부린다. 오페라에서 바람둥이 같은 재밌는 역할을 주로 맡기에 탐내는 사람이 많다.”
-그럼 파트별로 수업을 받나.
“그렇다. 파트별로 선생님이 있는데 레슨 받는 분의 창법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과 스타일이 맞지 않거나 불화가 생기는 경우 선생님을 바꾸기 위해 일부러 휴학하는 학생들도 많다. 학생이 선생님을 바꿔달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선생님이 매우 중요하다.”
-고음을 많이 내다보면 목이 상할 텐데 목 관리 비법이 있나.
“공연 전날 삼겹살을 먹는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확실히 소리가 잘 나온다. 이건 성악과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비법이다. 내일 학과 공연이 있어 조금 뒤에 우리 클래스 전체가 고기를 먹으러 간다.(웃음) 그리고 이건 나만의 비법인데 공연 전 차가운 물을 마신다. 보통 뜨거운 물이 목을 풀어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히려 차가운 물이 목을 당겨주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준다.”
이명호씨는 지난 16일 아트센터에서 열린 성악과 정기연주회 ‘리더아벤트(Lieder Abend)’에서 슈만의 ‘아름다운 5월’이라는 곡으로 무대에 올랐다.
-독일 가곡만을 부르는 공연이라고 들었다. 솔직히 이런 성악 공연은 일반인이 곡을 이해하기 힘들지 않나.
“그래서 성악가의 연기력이 중요한 거다. 가만히 서서 노래만하면 우리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다양한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곡을 청중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성악가의 능력에 달렸다.”
-공연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
“학과의 자체 오디션에서 뽑혔다. 정기연주회를 할 곳이 서울캠 아트센터밖에 없어 공연을 자주 할 수가 없다. 과에서 열 명 정도만 설 수 있다.”
-그럼 무대에 서지 못하는 학생도 있지 않나.
“많다. 그래서 학생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심지어 졸업 연주회때 처음 무대를 접하는 학생들도 있다. 선배들에게 듣기론 음악대가 안성캠으로 옮겨지면서 학생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 한다. 안성캠에 있는 영신 음악당은 울림이 좋지 않아 공연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무대에 설때 반주자가 필요하지 않나.
“평소 연습할 때도 반주자가 필요하다. 반주비를 시간 당 만원 정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늘 부담이다. 그래서 피아노과 학생들이랑 친할수록 좋다. 친하면 공짜로 반주도 해주고 연주할 때 호흡도 잘 맞게 되니까. 성악과랑 피아노과 간에 CC가 많기도 하다.(웃음)”
-진로는 대부분 어떻게 되나.
“누구나 오페라 배우를 하고 싶어 한다. 성악가에게 있어 무대에 서는 순간이 가장 좋으니까. 하지만 노래도 잘해야 하고 외모도 받쳐줘야 해서 엄두를 못 낸다. 그 외엔 시립합창단을 선호한다. 자리가 많이 나진 않지만 수입이 안정적이고 장기간 활동할 수 있다. 유학도 많이 가는 편이다.”
-유학이 확실히 도움이 되나.
“아무래도 이태리나 프랑스처럼 오래된 전통이 있는 나라에서 공부하면 경험이 많이 쌓인다. 여건이 안되면 국내 합창단에 들어갔다가 돈을 모아 뒤늦게 유학을 가는 학생들도 많다. 그 정도로 유학은 거의 필수다.”
-콩쿨에 많이 나가는 편인가.
“입상도 못할텐데 왜 하냐며 꺼리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난 내년에 열리는 콩쿨은 다 나가볼 생각이다. 안되더라도 나가고 보자는 성격이라. 이제 그동안 못 부었던 열정을 다 쏟아 부으려고 한다.”
-주로 학생들은 무대에서 어떤 실수를 하나.
“평소에 정말 실력 있는 학생인데 무대 앞에만 서면 덜덜 떨면서 한마디도 부르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나 같은 경우도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연주회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첫 마디부터 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래서 생각나는 이태리어를 끌어다가 아무 말이나 지어서 노래했다. 진지한 척 표정을 지었지만 알 만한 사람은 알았을 것이다.(웃음)”
-내일이 무대인데 떨리지는 않나.
“당장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난 무대를 즐기는 편이라. 관객이 내 노래에 집중을 하지 않는 것 같으면 오히려 눈을 더 뚫어지게 쳐다본다. 나 보라고.(웃음) 그런데 내일되면 좀 떨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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