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하루

승명신(LUCAUS 기획단 공연팀장) 동행취재

 

 

‘오는 23, 24, 25일, 집에 가는 학생의 발목을 잡아라!’ 축제 기간 중 승명신 공연팀장(전자전기공학부 4)이 수행할 미션이다. 3일 동안 학생들의 귀가시간을 책임질 승명신씨의 하루를 따라다녔다.

13:00
뜻하지 않은 실수
지난 17일, 승명신씨가 학생회관 2층 문화위원회실로 달려간다. 그가 총괄하고 있는 청룡가요제의 예선 합격자를 통보하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96팀 중 예선을 통해 22팀이 선발됐다. 하지만 결과를 통보하면서 불합격자에게 합격 통보, 합격자에게 불합격 문자가 발송되는 등 실수가 발생했다. 어제 밤 중앙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접한 그는 “밤잠을 설쳤어요”라고 말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문화위원장과 회의를 끝낸 후 승명신씨는 “목록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죠. 이번 실수로 학생들이 축제를 운영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신뢰감을 잃을까 걱정이네요”라며 방을 나선다.

14:40
내가 짜는 무대
공대 학생회실. 조금 전 회의로 그의 표정이 어둡다. “콘티 적어둔 종이 어디 있어?” 그가 후배에게 묻는다. 콘티는 축제 3일 동안의 일정을 짠 대본이다. 무대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청룡가요제와 동아리 공연의 예선을 총괄하는 것도 공연팀장인 그의 몫이다. 콘티 종이를 보며 승명신씨가 입을 연다. “연예인 섭외에도 그 날의 특색이 반영되어 있어요. 스케줄과 공연비가 좌우되기는 하지만 가요제가 열리는 첫째날은 가창력이 있는 가수로, 셋째 날은 사람이 많이 오니까 아이돌로 섭외 했어요.”

16:00
놀 준비 완료
출발이 좋다. 청룡가요제 준결승을 준비하는 시간에 맞춰 날씨가 갠다. 두 시간 뒤에 열릴 준결승에서 10팀이 가려진다. 꽤 중요한 행사다. 승명신씨가 음향기기를 더욱 꼼꼼히 체크한다. 선이 올바르게 꽂혀있는지 확인한 후 노래를 튼다.
왜 실외에서 행사를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학생들이 축제를 만드는 과정도 함께 즐겼으면 해요. 요즘은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문화가 없어지는 추세인데 축제 때만이라도 같이 즐겨야죠. 청룡가요제를 홍보하려는 의미도 있고요”라고 말한다. 

18:15
모여라! 노천극장으로
생각했던 대로다. 노래 소리를 듣고 학생들이 하나 둘 노천극장으로 몰려든다. 승명신씨는 무대에서 노천극장을 한번 훑은 뒤 “마이크 테스트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장비 체크 완료. 이제 시작만 남았다. 

21:00
닥치고 가창력
‘Heartbreaker’를 부른 신호영씨가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내려간다. 관객들이 환호를 하고 손을 흔든다. 승명신씨도 덩달아 신이 난다. 그때 한 남학생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친다. “하트브레이커나 걸그룹 노래 부르는 팀이 또 있나요?”라고 묻는다. 그가 명단을 보고는 “없어요”라고 말하자 “그럼 집에 가야겠다”하고 계단을 내려간다. 명단엔 22팀 중 18팀이 발라드 곡을 부르는 것으로 적혀있다. 그가 “가창력, 퍼포먼스, 흥미를 각각 25, 15, 10점으로 배분했어요. 가창력에 배점이 높다보니 거의 발라드를 부르는 예선 합격자들이 많네요”라고 말한다.
올해 청룡가요제는 가수들의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을 차용했다.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가창력에 비중을 많이 두었다. 모티브는 ‘불후의 명곡’에서 받았지만 방식은 다르다. 청룡가요제는 본선에 오른 10팀이 조당 2팀씩 다섯조로 나뉘어 1대 1 승부를 겨룬다. 승자 5팀만 2차전에 진출해 우승자를 가린다. 그는 “단순히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학생들이 지루해 해요. 또 문자 투표 비중이 커 현장 분위기가 많이 중요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21:30
결과 발표는 그의 손에
문화위원회실 안. 그가 5명의 심사위원이 매긴 심사표를 책상에 놓는다. 그의 손이 바빠진다. 엑셀 프로그램을 켜 점수를 입력한다. 최대한 일찍 결과를 내고 합격자에게 통보를 해야 한다. 내일 저녁까지 미션곡도 정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승명신씨 주위로 사람들이 모인다. “1등이랑 2등의 점수 차가 50점이 넘어!”, “50점 만점에 16점 받은 사람도 있네.”, “이 사람은 흥미 부분에서 거의 만점을 받았어.” 사람들이 점수표를 보고 너도나도 한 마디씩 던진다.
“다했다!” 주위에 아랑곳 않고 엑셀을 작업하던 그는 이제야 숨을 돌린다.

21:40
공백을 매꿔라
그가 미간을 찌푸린다. 셋째날 공연 일정을 짜는 도중 문제가 생겼다. 축제 마지막 날 초대가수로 사이먼디와 에프엑스가 온다. 그런데 두 가수의 공연 시간 간에 공백이 30분이나 생기는데 그 시간을 메울 다른 공연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천장을 보고 생각에 빠진다. 고개를 까닥거리며 시간을 계산해본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청룡가요제 1, 2, 3위의 무대만으로는 30분을 채울 수 없을 거란 결론이 난다. “에프엑스가 일찍 오면 좋은데 문제는 늦게 왔을 때야.”, “사이먼디가 30분 넘게 공연을 하면 좋을텐데.” 같은 팀원도 다른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맞댄다. “이렇게 공백이 생기면 안되요. 시간을 분으로 쪼개 꼼꼼하게 일정을 짜야 공연이 물 흐르듯 진행되요.”

21:40
축제에 대한 바람
그가 공대 학생회실로 향한다. 오늘 준결승에서 합격한 10팀에게 문자 통보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콘티대로만 행사가 진행되길 바래요. 지금은 일이 많아 빨리 끝났으면 하는데 막상 축제가 시작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 승명신씨가 청룡가요제 준결승을 준비하고 있다.

승명신
앳된 외모를 보고 “11학번이세요?”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배를 잡고 웃는다. “저 05학번이에요. 영감님이죠, 영감님.” 학교를 다닌 오랜 시간만큼이나 학교에 대한 그의 사랑도 깊다. LUCAUS 기획단 공연팀장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공대 학생회 일도 돕고 있어, ‘늘 바쁜 선배’다. 중간고사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축제 준비에 들어갔다. 밤 11시까지 준비에 열을 올린 덕분에 현재 축제 준비 상황은 순조롭다. 이제 최종 점검만을 남겨두고 있다.  
과거 정문에 있던 루이스 가든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던 이야기를 하며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지금은 다들 개인적인 일을 하느라 바빠 함께 어울릴 시간이 없잖아요. 단 3일만이라도 함께 즐겼으면 해요” 그리고 학생들이 흥겨운 노래 소리에 운동장으로 모이는 것. 그것이 승명신씨의 5월 미션이다.


글·사진 정미연 기자 MIYONI@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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